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의 저명한 인권변호사 부부 이만 마자리(Imaan Mazari)와 하디 알리 차타(Hadi Ali Chattha)의 수감에 대해 국제사회와 국내 인권단체들의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법률 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파키스탄 내 표현의 자유와 법률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만 마자리와 하디 알리 차타는 지난 2024년 1월 이슬라마바드 세션스 법원에서 파키스탄 전자범죄예방법(PECA)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국가 기관을 비판한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관련해 기소됐으며, 인권단체와 법조계는 해당 재판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진행됐고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두 사람 각각에게 총 17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은 사이버 테러 혐의에 따른 10년형이었다. 이와 함께 각각 3천600만 파키스탄 루피, 미화 약 12만8천 달러 상당의 벌금도 부과됐다. 다수의 형량은 동시에 집행되는 방식으로 선고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엔은 평화적인 표현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상 파키스탄이 부담하는 의무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이버범죄법이 점점 더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변호사들을 위협하며, 정당한 비판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U는 이번 선고가 표현의 자유와 법률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평가하며, 이는 법치주의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U 관계자들은 파키스탄 정부에 공정한 재판 기준을 보장하고, 직업적 활동을 이유로 변호사들이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만 마자리와 하디 알리 차타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앰네스티는 이들의 구금이 자의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괴롭힘의 한 단면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적 대리인 접촉 제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재판 절차 등 여러 불규칙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률가위원회(ICJ), 로이어스 포 로이어스(Lawyers for Lawyers), 국제변호사협회(IBA) 산하 인권연구소 등 국제 법률단체들 역시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유죄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변호사를 온라인 발언을 이유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법조계 전체에 위축 효과를 가져오는 위험한 선례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국내에서도 반발이 확산됐다. 각지의 변호사협회들은 항의 시위와 파업에 나섰으며,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는 이번 선고가 국가 권력, 종교, 국가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건을 맡는 변호사와 활동가들의 활동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만 마자리는 32세의 젊은 나이에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인권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강제 실종 피해자, 구금 중 학대, 초법적 살해 사건, 신성모독 혐의 사건, 언론인 기소 사건 등을 변호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하디 알리 차타 역시 파키스탄에서 가장 논란이 크고 위험한 분야로 꼽히는 신성모독법 사건의 피고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이 부부는 단순한 변호 활동을 넘어, 여러 고위험 신성모독 사건에서 조직적으로 허위 고발을 조작하는 이른바 ‘신성모독 비즈니스 그룹’의 존재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차타와 마자리가 담당한 사건들의 법원 기록과 제출 문서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소인, 강요된 자백, 금전 요구와 연계된 고발 정황 등이 상세히 담겼다.
기독교인을 비롯한 인권 활동가들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극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신성모독 혐의는 군중 폭력, 암살, 장기 수형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 변호사들과 인권단체들은 마자리와 차타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심각한 개인적·직업적 위험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독교인 변호사는, 신성모독 사건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법률가들이 감시, 협박, 보복성 법적 조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수감이 기득권을 위협하는 변호사들을 무력화하려는 더 큰 흐름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이만 마자리의 어머니이자 전 연방장관인 쉬린 마자리(Shireen Mazari)는 딸의 구금 환경과 관련해 면회 제한과 변호인 접견 차단 등을 문제 삼으며 법원에 청원을 제기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전자범죄예방법 적용을 옹호하며, 해당 법이 온라인 허위정보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법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해 언론인, 활동가, 변호사들을 겨냥한 탄압에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반면, 권력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미 취약한 상태에 놓인 파키스탄의 인권 환경에서 이번 수감은 중대한 후퇴로 평가하고 있으며 신성모독 피고인, 정치적 반대자, 사회적 소수자를 변호할 의지가 있는 법률가들이 현장에서 사라질 경우, 사법 접근성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죄 판결에 대한 항소 절차가 예고돼 있지만, 인권단체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변호사들이 자신의 말과 직업적 활동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순간, 재판대에 오르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법치주의 그 자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만 마자리와 하디 알리 차타 사건은 파키스탄의 표현의 자유, 사법 독립성, 그리고 인권 옹호 활동의 미래를 둘러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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