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유럽연합(EU)이 파키스탄을 향해 인권과 법치주의, 거버넌스 분야에서 가시적인 개선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따른 무역 혜택이 중단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7월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 집행위원회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3-2025 GSP+ 이행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일부 입법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인권 분야에서 지속적인 후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GSP+ 규정에 따른 마지막 평가인 이번 보고서에서 집행위원회는 파키스탄이 의무 준수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다수의 분야에서 퇴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제 실종과 초법적 살인에 대한 보고가 증가하고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 억압과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악용 실태
보고서는 파키스탄 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전자범죄법(PECA)을 비롯해 반테러법,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등에 포함된 모호한 조항들이 반체제 인사, 인권 운동가, 언론인, 소수 종교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 보호를 위한 법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여전히 협박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 빈번하게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의 악용 문제는 이번 보고서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신성모독 사건 처리를 위한 사법부의 감독 절차를 강화했다고 해명했으나,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 지연과 사법 밖의 폭력이 여전하며, 허위로 신성모독을 고발한 이들이 처벌받은 사례는 전무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보고서 조사 기간 중에는 800명이 넘는 청년들을 온라인 사기로 유인해 허위 신성모독 혐의를 씌운 범죄 조직의 존재도 확인됐다. 해당 조직은 현재 와해된 상태지만, 2026년 4월 기준으로 300명 이상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억울하게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부 독립성 훼손 및 광범위한 파키스탄 인권 침해
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단행한 헌법 개정 역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개헌이 군부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법치주의를 위협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2024년 총선의 공정성 논란, 전직 총리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구금, 그리고 민간 업무에 대한 군부의 개입 확대 등과 맞물려 파키스탄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군사법원을 통한 민간인 재판 역시 국제 규약이 요구하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발루치스탄과 카이벌파크툰크와 등 특정 주에서 급증하는 강제 실종 사건, 아흐마디야 등 소수 종교인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 아동 노동 및 조혼 문제, 아프간 난민 송환 과정에서의 인권 유린 등 파키스탄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인권 침해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7년 개정 GSP+ 규정 도입 앞두고 경제적 타격 위기
집행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NCHR)의 역할 강화, 국가소수자위원회 설립, 이슬라마바드 가정폭력법 통과 등 일부 행정적·입법적 진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이 서류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파키스탄 인권 현실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은 파키스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GSP+ 무역 혜택을 유지하려면 확실한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2027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규정에 따라 현재 혜택을 받는 국가들은 한층 강화된 지속가능성 및 거버넌스 기준을 충족하여 GSP+ 지위를 재신청해야 한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고문 방지 노력, 사형제도 개혁, 강제 실종 및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 해결을 향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파키스탄은 인권, 노동권, 환경 보호 등 27개 국제 협약을 이행하는 대가로 유럽 시장 수출 시 무관세 등 특혜를 받는 GSP+ 제도의 최대 수혜국이다. 2024년 기준 파키스탄의 대유럽 수출액은 83억 유로를 기록했으며, 유럽연합은 파키스탄 전체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시장이다. 집행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파키스탄이 누린 관세 면제 혜택은 7억 3200만 유로에 달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사법 개혁과 인권 개선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수출 동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