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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임신중지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행정부의 품목허가에 앞서 낙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허용 범위와 의료관리 기준 등을 입법적으로 함께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먹는 낙태약의 국내 도입 방안 검토를 지시하고, 법제처가 지난 8월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도 해당 의약품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놓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어지고 있는 입법 공백과 미프진 도입을 둘러싼 법조계·의료계·여성계·종교계 등의 의견을 검토했다.

보고서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이 입법정책적 사안인 만큼,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미프진 품목허가가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프진 허가 순간 임신중지 허용 범위 사실상 설정”

입법조사처는 행정부의 미프진 단독 허가에 반대하는 측의 주요 논거로 의약품 허가와 임신중지 법제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했다.

약사법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먼저 진행한 뒤 국회가 허용 범위와 상담, 보험 등의 기준을 사후에 정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프진의 효능·효과와 사용 가능한 임신 주수를 허가하는 순간 행정부가 사실상 임신중지의 법적 허용 범위를 설정하게 되는 만큼 국회의 선행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입법조사처는 “기본권의 본질적 조정을 행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반대 견해의 가장 강한 논거”라며 임신중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헌재가 인정한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헌법적 법익과도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헌재 역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태아 생명보호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임신 전 기간의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방식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는 점도 짚었다.

허용 주수·처방 주체·복용 방식 등 기준 마련 필요

현행 모자보건법이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 수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법 개정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됐다.

입법조사처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도입을 추진하려면 모자보건법의 정의 조항을 약물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프진 허가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로 ‘사용 가능한 임신 주수’를 꼽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과정에서 임신 주수를 결정할 경우 사실상 행정부가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식약처 역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의 허용 여부와 주수가 법률로 정해져야 효능·효과와 용법·용량, 위해성 관리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프진이 일반 경구약과 달리 투약 전후 의료관리와 연결되는 의약품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가 투약 결정부터 완료까지 산부인과 의사의 관리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행정부의 단독 허가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처방·초음파·사후진료 등 의료체계도 쟁점

구체적으로는 미프진의 처방 주체를 모든 의사로 할지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할지, 처방 전 초음파 검사를 의무화할지 등이 정해져야 할 사안으로 제시됐다.

복용 장소 역시 병원으로 제한할지 가정 복용을 허용할지, 처방 의료기관이 응급수술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약 조제를 병원 또는 약국 중 어디에서 맡을지 등도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후진료 의무 여부와 환자가 진료를 거부했을 경우 의료인의 책임 범위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입법조사처는 행정부 단독허가가 가능하다는 측에서 2021년 이후 낙태죄의 효력이 상실돼 미프진 허가를 제한할 형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임신중지 전반이 법적으로 제도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모든 임신 주수에서 임신중지를 할 적극적 권리가 법률로 확립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비범죄화와 법적 제도화는 별개”

입법조사처는 현행 모자보건법에 인공임신중절 관련 조문이 남아 있는 반면 약물 방식과 허용 주수, 상담·동의 절차,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새로운 법률은 마련되지 않아 현재는 ‘법제도적 공백’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낙태죄가 사실상 비범죄화된 상황을 임신중지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제도화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역시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며 임신 주수와 태아·임부의 상태 등을 고려해 허용 범위를 입법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라는 의견도 소개했다.

입법조사처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구체적인 법 개정 방향이 우선 정해질 필요가 있다”며 형법상 관련 입법과 함께 모자보건법에서 허용 한계와 절차 등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 허용 기간과 사유,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미프진 도입과 같은 행정절차를 통해 정하기보다 낙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입법정책적으로 함께 결정해야 할 사항으로 보아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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