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지난달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고 시위 주도자와 반정부 인사를 색출하는 데 중국의 감시·검열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들은 이란의 강도 높은 인터넷 통제가 중국과의 장기간 기술 협력을 토대로 구축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술로 구축된 이란의 인터넷 통제 체계
영국 가디언은 9일 인권 단체 아티클 19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이 중국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미국의 GPS에 대응해 운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와, 중국 내 소수민족 감시에 활용돼 온 얼굴 인식 기술 등이 이란의 디지털 통제 인프라에 포함됐다.
이란은 지난달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약 9천3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 인터넷 접속을 거의 완전히 차단했다. 이로 인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대규모 인권 침해 정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데 심각한 제약이 발생했으며, 희생자 규모는 현재까지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시위가 진정된 이후에도 인터넷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해 이용자들이 간헐적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 주권’ 기조 아래 수십 년간 이어진 협력
아티클 19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란의 인터넷 차단과 감시 체계가 단기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이란이 ‘사이버 주권’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며 수십 년간 추진해 온 협력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주권은 국가가 자국 내 인터넷과 정보 흐름에 대해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개념으로, 중국이 오랜 기간 강조해 온 디지털 통치 원칙이다.
보고서 저자인 마이클 캐스터는 “중국과 이란의 디지털 권위주의가 본격적으로 진화한 중요한 전환점은 2010년이었다”며 “이 시기를 전후로 두 나라 모두 국가 주도의 인터넷 구축과 통제 시스템 강화를 향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ZTE부터 안면 인식 기업까지 공급 확대
중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ZTE 등 통신 기업의 인터넷 필터링 장비를 비롯해, 히크비전과 티안디 등 카메라 제조업체의 감시 기술을 이란에 공급해 왔다. 특히 안면 인식 기술을 제공하는 티안디는 스스로를 ‘감시 분야 세계 7위 기업’으로 소개하며,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에 관련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ZTE와 화웨이는 이란 당국에 심층 패킷 검사(DPI) 기술도 제공했다. DPI는 인터넷 트래픽을 광범위하게 분석·감시할 수 있는 기술로,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건이나 티베트 관련 정보를 다룬 웹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데 활용돼 왔다. 인권단체들은 이 기술이 검열을 넘어 광범위한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넘어 확산되는 중국산 감시 기술 논란
가디언은 이란만이 중국 감시 기술의 고객은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해 공개된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미얀마, 에티오피아 등에도 정교한 검열 및 감시 시스템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제앰네스티 연구원 유레 반 베르겐은 “DPI 기술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제공업체로부터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특정 앱이나 VPN 프로토콜을 차단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저렴한 방식으로 웹사이트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감시 기술 수출이 권위주의 국가들의 인터넷 통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구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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