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월세 비중은 확대되는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전·월세 가격 상승폭이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기준 전월세 통합지수는 한 달 전보다 0.52% 상승했다. 이는 2015년 11월 0.53%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세 통합지수는 전세지수와 월세지수를 거래량과 전월세 전환율 등을 반영해 가중 평균으로 산출한 지표다.
주택 유형별로는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지수 상승률이 0.64%로 가장 높았다. 연립주택은 0.39%, 단독주택은 0.25% 상승했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의 상승폭이 전달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 반면,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 물건 부족이 심화되면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팔라지고, 이에 따라 월세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월세 거래 비중은 올해 들어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월세 거래 비중은 57.6%로 50%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2월 61.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이후 지난 10월까지 9개월 연속 60%대를 이어가며 월세 중심의 임대차 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고가 월세 거래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5주간인 10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100만 원 이상 계약은 28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신규 월세 거래의 55.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47만6000원으로 집계돼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평균 월세인 134만1000원과 비교하면 10만 원 이상 상승한 수치다. 올해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609만8000원임을 고려하면 소득의 약 24%를 매달 월세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 기조가 임대인의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며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조세 부담을 이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전세 가격은 약 1~1.3%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상승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전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 경우 반발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유세 인상과 함께 취득세와 양도세 인하가 병행돼야 주택시장과 임대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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