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말들
도서 「예언자의 말들」

20세기 가장 강렬한 종교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핵심 사유를 한 권에 담은 문장 선집 <예언자의 말들>이 출간됐다. 이 책은 신학자이자 행동하는 예언자였던 헤셸의 방대한 저작 가운데서, 오늘의 시대를 향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문장들만을 엄선해 엮은 결정판이다.

폴란드 하시디즘 가문에서 태어나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헤셸은, 학자의 서재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함께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며 인종차별에 맞섰고, 전쟁과 폭력, 인간 존엄의 파괴 앞에서 신앙의 침묵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의 사유는 언제나 역사 한복판에서, 인간의 고통과 하나님의 정념(pathos)이 맞닿는 지점에서 태어났다.

<예언자의 말들>은 이러한 헤셸 사상의 정수를 “문장”이라는 형식으로 응축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신비와 경외를 상실한 현대 문명을 향한 날카로운 진단이자, 정의와 책임을 회복하라는 예언자적 호소다. 헤셸이 말하는 하나님은 세계 저편에서 관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에 깊이 연루되어 응답을 요구하는 하나님이다. 따라서 그의 신앙 언어는 언제나 구체적인 삶과 역사, 현실의 윤리적 선택을 향해 열려 있다.

책은 예언자적 사유의 핵심을 주제별로 엮어 독자가 헤셸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순간은 영원을 스친다”는 통찰에서 시작해, 신앙과 경이, 인간 생명의 거룩함, 정의와 하나님의 요구, 현대 문명의 영적 붕괴, 예배와 삶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헤셸의 언어는 짧지만 강렬한 울림으로 독자를 붙든다. 그는 보편적 진리가 추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구체적인 역사와 사건 안에서 드러난다고 말하며, 예언자의 언어는 결코 현실을 떠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정의에 대한 헤셸의 사유는 오늘의 사회적 갈등과 윤리적 혼란 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한다. 그는 정의를 단순한 가치 목록의 하나로 보지 않고, 인간 역사 속에 걸린 하나님의 ‘지분’으로 이해한다. 인간의 고통은 곧 하나님의 양심에 남은 흔적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하나님의 존재가 걸려 있다는 그의 통찰은 신앙을 사적인 영역에 가두려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맞선다.

<예언자의 말들>은 긴 논증 대신 짧고 응축된 문장들로 구성돼 묵상용 도서로도, 설교와 강의, 인용 자료로도 적합하다. 신앙의 깊이를 다시 묻고자 하는 그리스도인과 예언자적 신앙의 본질을 고민하는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고 헤셸 사상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

경이와 책임, 신앙과 정의를 동시에 잃어버린 시대. 헤셸의 문장들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묻는다. 신앙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그 느낀 바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의 문제라고. <예언자의 말들>은 그 물음 앞에서 다시 영혼을 긴장시키는, 예언자의 천둥 같은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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