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후원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적 권력 불균형을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특정한 맥락 속에서 실제로 효과를 입증해 온 모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아동 후원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적 권력 불균형을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특정한 맥락 속에서 실제로 효과를 입증해 온 모델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Compassion International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언터내셔널(CDI)은 국제 구호·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아동 후원(child sponsorship) 모델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최근 보도했다. 액션에이드(ActionAid)가 1972년부터 운영해 온 아동 후원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후원 방식의 효과와 한계를 둘러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독교 아동 후원 단체인 컴패션(Compassion)을 비롯한 일부 기관들은 아동 후원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컴패션 UK 이사(Trustee)인 리치먼드 완데라(Richmond Wandera)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동 후원에 대한 비판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액션에이드와 일부 국제 NGO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서구 중심적 원조 모델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아동 후원은 지속 가능한 변화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 자란 경험, 아동 후원이 삶의 방향 바꿨다”

완데라 박사는 우간다에서 극심한 빈곤 속에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렸고, 교육 접근도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역 교회와 협력한 컴패션의 아동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자매가 지원을 받게 됐고, 이는 가족 전체의 삶의 궤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이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설계된 개입이 아니라,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가정의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에 맞게 지원한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지역 기반 접근이 단기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역량 강화로 이어지면서 가족과 공동체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현재 컴패션 UK의 이사로 활동 중인 완데라 박사는 아동 후원 프로그램이 현장의 경험과 분리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효과적인 아동 후원은 지역 지도자들이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존이 아닌 선순환”… 후원 아동 출신의 지역 재투자 사례 확산

완데라 박사는 여러 국가에서 과거 아동 후원 수혜자들이 교육과 기술을 습득한 뒤, 다시 지역 사회로 돌아와 변화를 이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 후원이 의존을 고착화한다는 비판과 달리, 세대 간 빈곤의 고리를 끊고 지역 주도의 발전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개인 성공 사례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회와 지역 조직이 중심이 된 장기적 후원 모델이 이러한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액션에이드 “탈식민화 관점서 아동 후원 전환 필요”

한편 액션에이드는 국제 개발 분야 전반에서 ‘탈식민화(decolonization)’를 추진하는 흐름에 맞춰 아동 후원 모델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액션에이드가 서구 후원자가 개발도상국의 아동을 선택하는 방식이 인종적·가부장적 뉘앙스를 내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액션에이드 UK 공동 최고경영자인 타아라 가지(Taahra Ghazi)와 해나 본드(Hannah Bond)는 기존 아동 후원 방식이 부유하고 대체로 백인인 후원자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속한 아동 간의 권력 불균형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후원자가 아동의 사진과 국가를 선택하는 구조가 관계를 거래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드는 액션에이드가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오늘날의 현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원자들의 참여를 계속 존중하면서도, 지원이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전환… “운영 비용·유연성 문제 고려”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역시 전통적인 아동 후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지역 사회 지원 방식으로 전환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수년간의 내부 검토 결과, 수천 명의 아동에게 편지와 후원 업데이트를 전달하는 데 드는 운영 비용이 실제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재원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 위기, 분쟁, 불평등 심화로 인해 아동과 가족의 이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아동 후원 모델이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이브더칠드런은 제한 없는 자금 운용을 통해 가장 시급한 공동의 필요에 자원을 배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월드비전(World Vision)은 2019년 아동과 보호자가 후원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한 바 있다. 이는 기존의 일방적 선택 구조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연구 결과 “장기·지역 기반 아동 후원, 실질적 성과 확인”

완데라 박사의 주장에 힘을 싣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은 2024년 발표한 ‘Changing Lives’ 연구에서 아동 후원이 장기적이고 지역 기반으로 운영될 경우, 아동과 지역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발전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 후원은 개별 아동에 대한 단편적 개입이 아니라, 지역의 제도와 서비스,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는 광범위한 지원 생태계의 일부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에서는 플랜 인터내셔널이 지원한 지역의 청소년 가운데 스스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비교 지역보다 19% 높게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아동 보호 인식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 대상 지역 청소년의 91% 이상이 아동 학대나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경로를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비지원 지역의 82%보다 높은 수치였다.

서구 원조 비판과 아동 후원 논쟁의 교차점

미국 아즈사 퍼시픽대학교 형사사법학과 메리 앤 맥밀런(Mary Ann Macmillan) 교수는 최근 논평을 통해 서구 중심의 고아 보호 및 아동 원조 서사가 갖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동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취약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원조가 빈곤과 분쟁, 제도적 실패라는 구조적 원인보다 개인적 비극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맥밀런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외부 후원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아동에게 가족이나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고아 경제(orphan economy)’가 아동 방임의 근본 원인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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