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사회에서 공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과학적 세계관과 합리적 비판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을 전수하고 검증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보편적 상식을 공유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일차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교육 제도는 체제 수립 초기부터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 교육 과정의 최상위 목표는 보편적 지성이나 인격 교육이 아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 가문을 절대화하고 신격화하여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황당무계한 우상화 교육의 정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재가 바로 ‘솔방울 수류탄’과 ‘축지법(縮地法)’이다. 자연물인 솔방울을 던져 일본군을 물리치고, 공간을 접어 달리는 신통력으로 전쟁터를 누볐다는 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북한에서 민간 구전 설화가 아니다. 탁아소와 유치원 단계부터 인민학교(초등학교), 고등중학교(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육과정 교과서에 활자로 인쇄되어 암기를 강요해 온 공식 역사였다. 이 같은 비과학적 신화가 수십 년간 국가 공식 교리로 기능해 온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성립과 유지 메커니즘을 밝히는 핵심 열쇠다.
1. 종교적 이적으로 둔갑한 항일 투쟁의 실상
대한민국 통일부와 국립통일교육원이 오랜 기간 입수하여 분석한 북한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체계를 보면,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은 군사학적 전술이 아닌 초자연적인 영역으로 묘사되어 왔다. 북한의 관영 출판사인 조선로동당출판사와 교육도서출판사가 발간한 공식 문헌들은 유격대의 식량과 무기 열세를 최고지도자의 초능력으로 극복했다고 선전한다.
실제 과거 북한의 고급중학교 교과서에는 김일성이 군인들에게 솔방울을 던지면 수류탄이 되어 왜적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는 내용이 수록되었다. 비단 수류탄뿐만이 아니다. 만주 벌판에서 군량이 바닥났을 때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뿌리자 하얀 쌀밥으로 변해 군대를 먹였다는 ‘모래 쌀 전설’, 배가 없으면 가랑잎 한 장을 물에 띄워 압록강을 건넜다는 기술 등이 정규 사상 학습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20세기 중반의 게릴라전을 초자연적 신화로 왜곡한 목적은 명확하다. 정치적 인물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절대적 존재로 격상시킴으로써, 향후 수립될 세습 독재 체제에 가해질 수 있는 합리적인 비판이나 의심을 원천 봉쇄하려는 심리적 통제 기제였다.
2. 국가 기획 선전으로 활용된 시공간 왜곡 신화
물질의 성질을 조작하는 솔방울 신화와 더불어, 우주의 물리적 시공간을 왜곡하는 ‘축지법’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기획된 대중 선전이었다. 북한 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수백 리 길을 순식간에 이동하여 적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선전했다.
이 축지법 신화는 교과서의 텍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문화와 예술 매체를 통해 주민들의 무의식에 주입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이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체제 결속을 위해 제작·보급된 가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이다. 수많은 주민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현실 속에서, 북한 당국은 최고지도자가 축지법을 사용하여 최전방 군부대를 시찰한다는 내용의 가요를 관영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전파했다. 이 곡은 아동용 만화영화 주제가로 활용되었고 집체 무용으로까지 변형되었다. 이는 주민들에게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고 지도자의 초능력에 의지하게 만들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3. 정보화 시대와 ‘신화의 과학화’라는 담론 변화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 사회의 환경 변화는 이러한 가짜 신화의 유지에 균열을 일으켰다. 배급제가 붕괴하면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생계를 꾸렸고, 중국을 거쳐 대량 유입된 외부 세계의 정보와 남한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다.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현실화되면서,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비과학적인 ‘솔방울 수류탄’이나 ‘축지법’을 고수하는 것은 젊은 세대(장마당 세대)에게 체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독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 들어 본격화된 변화가 바로 ‘신화의 역사적·과학적 재해석’이다. 북한 당국은 과거의 신화 조작을 사과하는 대신,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었다”라며 해설 방식을 바꿨다. 예를 들면, 2020년 5월 20일 자 북한 관영 매체 《노동신문》은 수령이 축지법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식 보도했다.
“사실 수령이 대지를 접어 축지법을 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축지법의 비결은 인민들이 길을 알려주고 숨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인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게릴라 전술을 은유한 것일 뿐이다.”
이 보도는 북한 체제 수립 이래 최고지도자의 물리적 초능력을 관영 매체가 공식적으로 부정한 최초의 사건으로, 당시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정은 정권이 ‘정상 국가’ 이미지를 대외에 선전하고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황당무계한 우상화 잔재가 오히려 체제의 정통성을 해친다고 판단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포장지만 바꾼 또 다른 형태의 기만이다. 수십 년간 이를 역사적 진실로 믿도록 강요받았던 인민들에 대한 성찰 없이, 시대가 바뀌자 ‘고도의 정치적 수사(修辭)’였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 사상적 억압이 초래한 사회적 비극
국가가 주도한 가공의 신화는 북한 주민들의 정신세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판적 이성이 마비된 자리에 맹목적인 복종만이 자리 잡게 강제했기 때문이다.
탈북한 전직 북한 교원들과 엘리트 지식인들의 심층 증언을 담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의 조사 백서를 보면, 북한의 교실 현장에서 가해진 사상 억압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업 중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나 의문으로 “어떻게 사람이 물리적으로 땅을 접어 달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질문은 수령의 신성을 더럽힌 반체제적 행위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한 학생은 즉시 잔인한 사상투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심한 경우 가족 전체가 연좌제 처벌을 받아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주입한 비과학적 신화들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신적 통제 도구였다. 가장 순수하게 이성을 발달시켜야 할 아동과 청소년의 교과서를 거짓으로 도배함으로써, 북한 체제는 비판 능력이 거세된 순종적 인격을 양산해 왔다. 북한의 공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그 체제를 지탱해 온 핵심 기둥 중 하나가 실상은 솔방울 신화와 가짜 축지법 같은 허황된 거짓말과 사상적 억압이었음을 역사는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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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