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Hamid Roshaan/ Unsplash.com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2014년 신성모독 누명을 쓰고 집단 린치를 당해 숨진 기독교인 부부 사건의 마지막 남은 사형수 3명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7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사건 발생 10여 년 만에 끔찍한 집단 살인 사건의 주요 가해자들이 모두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현지 사법 시스템의 부실과 기독교 등 소수 종교에 대한 국가적 방관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 9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2014년 기독교인 부부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 3명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말릭 샤자드 아흐마드 칸 대법관이 이끄는 3인 재판부는 목격자 증언의 심각한 불일치와 증거 부족을 지적하며,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다른 피고인 10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라호르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펀자브주 정부가 제기한 항소도 최종 기각했다.

해당 사건은 2014년 11월 4일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 코트 라다 키샨에서 발생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샤마 비비와 남편 샤자드 마시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훼손했다는 소문에 휩싸인 뒤, 수백 명의 무슬림 군중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벽돌 가마에 던져져 화형당했다. 초기 수사에서 경찰은 660명을 입건했으며, 2016년 대테러 법원은 주동자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고등법원이 이 중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번 대법원판결로 남은 3명마저 모두 풀려나게 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검찰 수사의 치명적인 결함을 무죄 사유로 꼽았다. 재판을 참관한 기독교인 변호사 바샤랏 마시에 따르면, 재판부는 경찰 초기 수사 기록과 현장 목격자, 유가족의 진술이 명백히 불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이 피고인들을 지목했음에도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을 명확히 진술하지 못했으며, 핵심 피고인 무함마드 이르판의 경우 사건 초기 정보 보고서(FIR)에 이름이 누락된 채 훗날 경찰관의 진술에서만 등장한 점이 맹점으로 작용했다. 범행을 선동한 혐의를 받은 피고인들과 현장 책임자에 대한 진술 역시 반대 신문 과정에서 유가족의 증언이 번복되며 증거 능력을 잃었다. 검찰 측은 부부가 화형당했다는 중대성 자체를 근거로 유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구체적 입증이 없는 유죄 판결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판결 직후 파키스탄 기독교계와 인권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 형사 변호사인 라자르 알라 라카는 "이번 판결은 파키스탄 형사 사법 시스템의 고질적인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검찰의 치밀하지 못한 공판 준비와 수사 실패를 비판했다. 파키스탄 가톨릭 주교회의 산하 국가정의평화위원회(NCJP) 역시 공동 성명을 내고 사법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위원회는 과거 10명의 기독교인이 숨진 2009년 고즈라 테러나 115명 전원이 무죄를 받은 2013년 라호르 요셉 마을 테러를 거론하며, 소수 종교인을 향한 폭력 사건에서 범죄자들이 면죄부를 받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소수 종교인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며 국제 인권 단체들의 오랜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스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을 통해 파키스탄을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8위로 지목하며, 군중 폭력과 약한 법 집행이 종교적 차별을 방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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