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의 교회들이 인공지능(AI)을 보다 신중하고 의도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기 위한 새로운 지침이 발표됐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가 보도했다.
AI 크리스천 파트너십(AI Christian Partnership, AICP)은 과학과 신앙 연구기관인 패러데이 과학·종교 연구소(The Faraday Institute for Science and Religion)와 공동으로 ‘기독교 사역을 위한 AI 지침(AI Guidelines for Christian Ministry)’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교회 사역에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살펴보고, 교회 지도자들이 AI 활용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AICP는 생성형 AI가 많은 교회에서 ‘조용히 도입되고 있다’며, 이번 지침은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코파일럿(Copilot) 등 생성형 AI를 설교 준비와 목회, 교회 행정 등에 활용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AI 활용이 가져올 윤리적·목회적·실무적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일상적인 활용을 위한 권고사항과 각 교회가 자체적인 AI 운영 원칙을 마련할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성명서 예시도 함께 제공한다.
비록 교회 지도자를 주된 대상으로 작성됐지만, 제시된 윤리 원칙과 실천적 권고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집필진은 밝혔다.
AICP 설립자인 크리스 고스와미(Chris Goswami)는 교회가 아무런 고민 없이 AI를 받아들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사역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역을 패스트푸드처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며 “소셜미디어와 마찬가지로 AI의 진정한 영향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될 수도 있는 만큼, 교회는 지금부터 이를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은 올해 초 4개 교단 소속 교회들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됐으며, 영국 내 전문가들의 검토와 피드백을 반영해 최종 수정됐다.
보고서는 교회가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행정 업무와 자료 조사, 번역, 창의적 작업 등에서는 AI가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부정확한 정보 생성, 비판적 사고의 약화, 개인정보 보호 문제, 영적 성숙 저해,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약화 등 다양한 위험성도 함께 경고했다.
특히 AI는 신체성을 지니지 않았고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으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목회 사역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는 AI를 ‘전문가가 아닌 인턴처럼’ 대해야 한다며, AI가 생성한 모든 결과물은 반드시 사람이 검토해야 하고,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 작업을 점검하거나 개선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패러데이 연구소의 교회 협력 책임자이자 AICP 핵심팀 멤버인 루스 밴체비츠(Ruth Bancewicz)는 “이번 지침은 그리스도인들이 AI를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그는 “AI를 숙고하며 책임 있게 접근하도록 권면한다는 점에서 이번 지침은 매우 환영할 만한 기여”라고 말했다.
AICP는 이번 자료가 지나치게 정책 중심이거나 학문적인 AI 윤리 논의와 단순한 조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구성됐으며, 규모와 전통이 다른 다양한 교회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침은 AI의 교회 사역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발표됐다.
패러데이 연구소는 지난해 그레이엄 버드(Graham Budd)의 주도로 ‘인류를 위한 AI(AI for Humanity)’ 연구 허브를 출범시켜, AI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 영성 형성, 인간 존재의 본질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신학자와 철학자, 심리학자, 컴퓨터 과학자들이 참여해 AI가 인간의 번영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바나(Barna)와 푸시페이(Pushpay)가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글쓰기와 소통, 콘텐츠 제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AI 사용에 관한 공식적인 정책을 마련한 교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표절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설교의 진정성, 목회자와 성도 간 신뢰 약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AI를 둘러싼 이러한 문제는 기독교 사상가들 사이에서도 주요 논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옥스퍼드대 수학자 존 레녹스(John Lennox)는 지난 5월 런던에서 열린 기독교방송협의회(Christian Broadcasting Council) ‘리바이브 2026(Revive 2026)’ 콘퍼런스에서 의료와 성경 번역 분야에서 AI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비판적 사고가 약화되고 사회 전체가 나태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허위정보와 딥페이크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을 속일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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