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아프리카 전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보건 분야 지원 중단 이후 발생한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와 지역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음을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HIV·결핵·말라리아 등 필수 보건 서비스가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수백만 명의 생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CDI는 이 같은 목소리가 지난 11월 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 신앙과 보건 지도자 협의회(African Faith and Health Leaders Consultation)’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10개국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미국 원조 축소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한 보건 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대안적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는 국제보건기독연대(Christian Connections for International Health), 전아프리카교회협의회(All Africa Conference of Churches), 아프리카기독보건협회플랫폼(Africa Christian Health Associations Platform)이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USAID 지원의 갑작스러운 철회가 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기독보건협회플랫폼의 최고경영자 은카타 은제루(Nkatha Njeru)는 “이번 삭감으로 보건 인력과 HIV, 결핵, 말라리아 관련 서비스 제공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며 “미국 정부와 계속 대화하고 있지만, 신앙 기반 보건 부문이 각국 정부의 보건 서비스 제공을 계속 도울 수 있도록 미 국무부가 실질적 지원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는 2025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USAID 해체를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로 인해 매년 약 56억 달러에 달하던 아프리카 보건 보조금이 한꺼번에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특히 에이즈 퇴치를 위한 미국 대통령 긴급구호계획(PEPFAR)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들이 중단되거나 보류되면서,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조기 종료됐다.
그 여파는 즉각적으로 현장에 나타났다. 다수의 클리닉과 지역 보건 센터가 문을 닫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와 진단 장비 공급망이 중단됐다. 미국 자금에 의존해온 수만 명의 보건 인력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 지급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이로 인해 HIV 검사와 치료, 예방 활동 전반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말라위복음주의협회 소속 프랜시스 므칸다위레(Francis Mkandawire) 목사는 “아프리카는 줄어드는 자원과 감소하는 공적개발원조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가장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의료 접근성과 필수 의약품 공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USAID 철수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필수 의약품 부족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이즈기구(UNAIDS)의 조사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했다. USAID 지원 중단의 영향을 받은 국가 응답자 중 62%는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HIV 감염인의 절반 가까이는 치료 중단을 경험했으며, 23%는 기존보다 훨씬 적은 양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지급받았다고 응답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번 호소를 신앙적 책임과 사명에 근거해 제기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치유는 예수의 사역 중심에 있었다”며 “교회의 사명은 영적 영역을 넘어 신체적·정서적 건강까지 포괄한다”고 밝혔다. 보건에 대한 돌봄은 이웃 사랑과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영적 명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교회가 보건 문제에 발언할 때 공동체 신뢰를 쌓고 낙인을 줄이며, 사람들이 치료를 받도록 돕는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교와 공적 영역에서 모자보건, 정신건강, HIV, 만성질환, 청소년 건강, 팬데믹 대응 문제를 적극 다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탄자니아복음교회 알렉스 말라수사 대주교는 각국 보건부에 신앙 기반 공동체를 국가 보건 계획과 재정, 평가 과정에 적극 참여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 개발 파트너와 글로벌 기관, 민간 부문에도 예측 가능한 지원을 유지해 국가 보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는 1만4천 개 이상의 신앙 기반 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국가별로 전체 의료 서비스의 30~70%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명에는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가나, 케냐, 나이지리아, 말라위,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 잠비아의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므칸다위레 목사는 “이제는 기존 방식대로 갈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국제 파트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문제를 키웠고, 기부자 피로 현상이 이미 현실이 됐다. 각국 내부에서 자원을 마련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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