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박사
양기성 박사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치적 갈등과 이념적 분열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한국교회가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의 신앙과 사회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웨슬리는 단순한 신학자가 아니라 목회자요, 부흥사요, 사회개혁가였다. 그는 개인의 구원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의 거룩함과 더불어 사회적 거룩함(social holiness)을 강조하였다. 웨슬리는 “복음에는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노동자들을 돌보며, 감옥과 병원을 방문하는 등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였다.

웨슬리 시대의 영국은 산업혁명 초기로서 빈부격차가 심하고 사회적 약자가 많은 시대였다. 웨슬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복음을 전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웨슬리 운동은 단순한 교회운동이 아니라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영적 운동이 되었다. 그러나 웨슬리는 교회가 정치권력과 결합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교회의 사명은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웨슬리는 정치적 당파성보다 복음의 보편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에 종속될 경우 복음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이러한 웨슬리의 관점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정치와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민주화 과정 속에서 교회는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전통은 매우 귀중한 신앙적 유산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교회가 정치적 갈등 속에 깊이 휘말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가 특정 정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때 사회는 교회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교회의 사명은 정치적 승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성경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한다(마 5:13-16). 빛과 소금의 역할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교회는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선포하는 공동체이다. 웨슬리의 신앙은 개인의 경건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강조한다. 그는 “세상에 성결을 확산시키는 것”을 감리교 운동의 목표로 삼았다. 여기서 말하는 성결은 단순한 개인적 도덕성을 넘어 사회적 사랑과 정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웨슬리 관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가 정치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교회는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며, 교회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둘째, 교회는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의와 공의가 무너질 때 교회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셋째, 교회는 사회 갈등 속에서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는 분열을 확대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치유와 화해를 이루는 공동체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진영 논리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 깊은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한국교회가 웨슬리의 정신을 회복한다면 교회는 다시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이다. 사랑과 정의, 공의와 평화의 가치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세상 속에서 실천할 때 교회는 다시 사회의 빛이 될 것이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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