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스위스 동부 지역에서 농부들의 생활 방식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교회 모델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독일어로 ‘농부 교회’를 의미하는 ‘푸레 교회(Puure‑Church)’는 전통적인 주일 예배 형식을 농업 생활의 리듬에 맞게 조정한 공동체로, 농업 종사자들이 보다 현실적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현지 매체 Dienstagsmail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2019년 스위스 동부 생갈렌 라인 계곡(St. Gallen Rhine Valley)에서 출범했다. 농부들이 기존 교회 예배 시간에 참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많은 농부들은 주일 아침에도 가축을 돌보거나 축사 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 예배에 참여하기 어렵다. 농장 업무는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되며 하루 일정이 매우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농업 공동체의 실제 생활 환경에 맞춘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
“농부의 삶에 맞는 교회 필요”…예배 시간과 형식 변화
푸레 교회의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알트슈테텐(Altstätten)의 농부 에른스트 라이분트구트(Ernst Leibundgut)는 농부들이 전통적인 예배 시간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교회 종이 오전 9시 30분에 울릴 때 많은 농부들이 여전히 축사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있거나 막 샤워를 하려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푸레 교회는 예배 시간을 오전 11시 30분으로 늦추고, 어린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며 예배 이후 함께 식사를 나누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라이분트구트는 농부들에게 가능한 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푸레 교회는 라이분트구트 부부와 두 쌍의 부부가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로, 농업 가정의 일상 속에서 기독교 신앙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농업 공동체의 현실 반영한 신앙 공동체
농업 종사자들의 삶은 도시나 사무직 직종과는 다른 일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라이분트구트는 농부로 살아가는 삶이 일반적인 직업과는 다른 리듬과 사회적 환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부들은 휴가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1년 내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하루 24시간에 가까운 노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가족 생활과 사회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푸레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농부들이 신앙을 나누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모임은 매달 세 번째 주일에 열리며 40명에서 80명 정도가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라인 계곡뿐 아니라 베르덴베르크(Werdenberg), 토겐부르크(Toggenburg), 아펜첼(Appenzell) 등 주변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또한 참석자 연령층도 다양해 어린 아이부터 80세 이상의 노년층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으며 모임 장소는 접근성이 좋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서 진행되며, 루티(Rüthi)에 있는 작업장 시설도 예배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교단을 넘어선 열린 공동체
푸레 교회는 알트슈테텐과 그라브스‑감스(Grabs‑Gams)의 개혁교회 공동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살레츠(Salez)의 토마스 베를레(Thomas Beerle) 목사가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은 자발적인 헌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단을 초월한 팀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참석자들은 개혁교회, 가톨릭, 자유교회 등 다양한 기독교 전통에서 왔으며 특정 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운영진은 푸레 교회를 특정 교단에 속한 교회라기보다 신앙을 중심으로 한 열린 공동체 공간으로 설명했다.
최근 열린 한 모임에서는 자유 사역자이자 성인 교육가인 바르바라 보이쉬(Barbara Beusch)가 15세기 스위스 농부이자 신앙인으로 알려진 니클라우스 폰 플뤼에(Niklaus von Flüe)의 삶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결혼해 10명의 자녀를 둔 농부였지만 50세에 가족을 떠나 하나님께 헌신하는 은둔자의 삶을 선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의 이후 참석자들은 테이블 토론을 통해 그의 선택이 가진 의미와 신앙과 일상의 균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농업과 신앙을 연결하는 공동체
푸레 교회의 운영진은 신앙이 반드시 교회 건물 안에서만 경험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라이분트구트는 축사에서 일을 하며 고무 장화를 신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힘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레 교회는 정기적인 예배 외에도 연 2회 농장 축제를 열어 음악과 교제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여성들을 위한 성경 모임과 토론 모임, 맥주 양조 체험이나 골프 모임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운영진은 이러한 활동이 농업 가정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삶의 어려움 속에서 신앙적 힘을 얻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레 교회는 농업을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처럼 땅을 경작하고 돌보라는 소명과 연결된 삶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의 농촌 공동체가 경제적 압박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에서, 푸레 교회는 농업 공동체의 현실에 맞게 교회 생활을 조정하려는 지역 기반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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