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이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에게 거대 간암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의료와 나눔이 함께한 감동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번 치료를 받은 환자는 에티오피아 국적의 유학생 아베네저 요하네스(29) 씨다. 그는 강원도 화천군이 진행하고 있는 6·25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통해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명지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요하네스 씨는 올해 2월 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과정에서 시행한 간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서 정밀검사를 받게 됐다. 검사 결과 간 우엽에 위치한 거대 간세포암이 확인됐으며, 간문맥 침범까지 동반된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됐다.
의료진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 향후 치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다학제 협진 체계를 가동했다. 소화기내과와 간담췌외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참여해 치료 방침을 논의한 끝에 외과적 절제술을 우선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학제 협진으로 이뤄낸 거대 간암 수술
수술은 간담췌외과 노승윤 교수팀이 맡아 지난 4월 10일 진행했다. 의료진은 간 우측 절반을 절제하는 우간절제술을 시행했다.
수술 직전 촬영한 CT 검사에서는 진단 초기보다 종양이 더욱 커지고 간문맥 침범 범위도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었던 만큼 혈관외과와 대장항문외과 의료진까지 협진에 참여하며 수술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의료진은 환자가 비교적 젊고 간 기능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조건과 각 진료과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며, 환자는 큰 합병증 없이 회복 과정을 거쳐 4월 28일 퇴원했다. 현재는 외래 진료를 통해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받고 있다.
노승윤 교수는 "매우 공격적인 형태의 거대 간암이었지만 환자의 나이와 보존된 간 기능, 그리고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수술과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한 번 더 살피는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임태섭 교수는 "혈관 침범이 동반된 거대 간암은 수술 이후에도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영상검사와 추적관찰이 중요하다"며 "환자가 학업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면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회복의 기적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의료적 성공을 넘어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환자의 회복을 도왔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환자의 수술비와 입원 치료비는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직원들이 급여의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해 조성한 '교직원 1% 나눔기금'을 통해 지원됐다. 해당 기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환자 가족의 한국 입국 항공료와 긴급 생계비는 성남 만나교회와 교인들,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휴먼브리지, 명지대학교 교수기도회 및 유학생 모임 등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한국예수전도단(YWAM)은 환자와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지원하며 회복 과정에 힘을 보탰다.
병원 측은 의료진의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의 나눔이 더해져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6·25 참전의 인연, 세대를 넘어 이어지다
요하네스 씨는 최근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성인 암환자 소원성취 프로그램'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국내 여행에 참여할 예정이다.
여행 일정에는 현충일을 맞아 춘천 에티오피아 기념탑을 방문하는 시간이 포함됐다. 또한 환자가 평소 소망해왔던 강릉 바다를 가족과 함께 찾는 일정도 마련됐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황실근위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강뉴부대 6037명이 한국전에 파병됐으며, 참전 기간 동안 치러진 253회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천군은 이러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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