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바어로 번역된 성경책을 받은 콤바 부족 주민의 모습
콤바어로 번역된 성경책을 받은 콤바 부족 주민의 모습. ©Lutheran Bible Translator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가나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콤바(Komba) 사람들이 16년에 걸친 성경 번역 작업 끝에 마침내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 전권을 받았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성경 완역은 단순한 종교 서적의 출간을 넘어, 콤바 공동체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CDI는 지난 11월 열린 성경 봉헌 행사에서 가나성서공회(Bible Society of Ghana, BSG) 사무총장인 존 퀘시 아도 주니어(Rev. Dr. John Kwesi Addo Jnr.) 목사는 “이번 성경이 콤바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깊게 할 뿐 아니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콤바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는 중요한 저장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봉헌 예배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하나로 모인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가나성서공회에 따르면, 성경 봉헌식에는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전통 추장과 장로들, 무슬림 공동체 구성원들까지 함께 참여했다. 16년 동안 이어진 번역 작업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는 종교와 세대를 넘어 콤바 사회 전체가 참여하며 의미를 더했다. 가나성서공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성경 번역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콤바어 성경 번역은 가나성서공회와 루터교성서번역회(Lutheran Bible Translators, LBT)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두 기관은 이 성경이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정을 굳건히 하며, 공동체 안에서 도덕적 붕괴를 막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콤바족은 가나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으로, 인근 지역의 다른 부족들과 달리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 추장 제도를 두지 않고 살아왔다. 이들의 사회는 혈연과 씨족, 마을 원로, 그리고 지역 종교·영적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동체의 결속과 전통은 오랜 세월 유지돼 왔다.

역사적으로 콤바족은 조상 숭배와 자연 영혼에 대한 믿음을 포함한 전통 종교관을 지니고 있었다. 강과 나무, 땅에 영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전통 치료사나 제사장이 이끄는 의식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후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많은 콤바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일부는 이슬람을 따르게 됐다. 다만 오늘날에도 전통적 신앙과 관습은 일부 공동체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터교성서번역회에 따르면, 콤바 지역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는 1950년대 침례교 선교사들에 의해 나몽(Namong) 지역에 세워졌다. 이후 1980년대 초, 루터교 선교사 팀과 베스 하이니(Tim and Beth Heiney) 부부가 가나로 이주해 콤바 지역 사역에 참여했다.

1968년에는 월터 드모스(Reverend Walter Demoss) 목사와 그의 아내 헬레나가 가나 북부 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현지 지도자들을 훈련하도록 파송됐다. 이들은 원래 모바(Moba)족을 섬기도록 부름받았으나, 사역 과정에서 젊은 콤바 청년이었던 사무엘 콘란(Reverend Samuel Konlaan) 목사를 멘토링하게 됐다.

이후 콘란 목사는 기존에 사용되던 성경 번역본이 콤바 언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방언 때문에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의식은 결국 새로운 번역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05년 신약 성경 번역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번역팀에는 성경 참여 및 문해 사역 전문가인 엘리야 마티빈(Elijah Matibin)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데이비드 페더위츠(David Federwitz), 번역가 삼손 빌라파님(Samson Bilafanim), 엠마누엘 마나니니나(Emmanuel Mananyina), 제임스 아동고 와작(James Adongo Wajak), 언어학자 네이선 에살라(Nathan Esala), 번역 컨설턴트 파비안 다필라(Fabian Dapila) 등이 참여했다.

루터교성서번역회는 번역 과정 전반에 콤바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번역본 검토 과정에서도 공동 검토 방식이 아닌, 각 검토자가 개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을 택해 보다 다양한 언어적·문화적 관점을 반영했다.

2지난 014년 11월 1일, 콤바 공동체는 신약 성경을 처음으로 전달받으며 기쁨의 축제를 열었다. 마나니니나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제 성경 읽기가 우리 공동체의 일상이 됐다. 사람들은 스스로 글을 배우고, 성경을 읽으며,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설교와 가르침의 사역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 봉헌 이후 곧바로 구약 성경 번역 작업이 2015년에 시작됐다. 엘리야 마티빈은 콤바어 성경 번역 프로젝트(KOLIBITRAP) 코디네이터로서 구약 번역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루터교성서번역회, 가나복음루터교회, KOLIBITRAP, 가나성서공회는 공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을 공고히 했다.

또한, 번역 작업과 함께 성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신약 성경은 오디오 성경으로 제작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됐으며, 최근에는 원웨이 아프리카(One Way Africa)가 성경 전권 오디오 버전을 완성해 성경 참여를 더욱 확대했다.

한편 가나성서공회는 최근 다가레(Dagaare)어 성경도 18년간의 작업 끝에 출간했다. 가나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다가레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으며, 일부는 이슬람을 따르고 있다. 봉헌식 당시 성 앤드루 대성당에는 지역 전역에서 모여든 주민들로 가득 찼다고 가나성서공회는 전했다.

가나성서공회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재정 부족이 다언어 성경 번역 사역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성경 한 절을 번역하는 데 약 20달러가 소요되며, 한 언어로 성경 전권을 완성하는 데는 평균 10~15년, 총 62만2,040달러(약 720만 가나 세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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