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도서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시력 55년을 맞은 시인 나태주가 ‘인생시집’ 3부작 프로젝트의 첫 권인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를 출간했다. 올해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총정리한 11권의 시선집을 완간한 데 이어, 인생의 주요 순간과 마음의 결을 시로 되짚는 새로운 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 시인은 이번 시선집에 대해 시는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한 보고서이자, 한 편 한 편이 모여 하나의 자서전을 이룬다고 밝혔다. ‘인생시집’이라는 제목 역시 독자에게 친숙하면서도, 각자의 삶이 지닌 무게와 시간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은 처음에는 ‘청소년을 위한 시집’으로 기획됐지만,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자층이 넓어졌다. 스스로를 작고 서툴며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주요 독자로 삼았고,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

시인 나태주
시인 나태주. ©출판사 제공

나 시인은 인생시집 2권과 3권을 각각 ‘청춘’과 ‘마흔’을 주제로 내년에 순차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힘겹게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시기에 맞춰 작품을 선별했다며, 시는 어려운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축복, 동행과 기도를 건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선집에는 ‘자세히, 가까이 두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인의 오랜 문학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절망과 미움에 자신을 내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자리한다.

문학 강연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온 나 시인은 누구도 자신의 삶과 일에 소홀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존감이 흔들리는 이유로는 지나친 속도감과 끊임없는 비교를 꼽으며, 삶의 목표를 타인이나 세상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가 감정을 언어로 다스리고 순화하는 예술이라며, 거칠어지고 모가 난 현대인의 마음에 시가 스며들면 조금씩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 작업에는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편집해온 김예원 작가가 함께했다. 김 작가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와 나태주 시를 주제로 한 문답을 엮은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AI 시대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도 분명했다. 나 시인은 인공지능이 시에 대한 해설과 감상은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지만, 시 창작 자체는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시인에게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시집으로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와 ‘막동리 소묘’를 꼽았다. 동시에 자신의 문학 세계에 결정적 전환점을 안긴 작품으로는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언급했다. 이 시집은 국내에서 83만 부, 일본에서 14만 부가 판매되며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50년 넘게 시를 써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그는 호기심과 그리움, 그리고 사람을 향한 마음을 들었다. 스스로를 언제나 메이저가 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왔기에, 부족함과 결핍이 오히려 시를 붙잡고 살아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등단 이후 시집 출간과 문학상 수상, 문학관 건립과 문학상 운영까지 문학인의 길을 두루 걸어온 나 시인은 이제 생의 후반부를 차분히 정리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독자들을 향한 헌신과 봉사에 집중하며, 자신의 인생을 조용히 마무리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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