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던 모습.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던 모습.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표결에서 부결되면서 당내 권력 구도에 중대한 파장이 생겼다. 온라인 표결로 진행된 이번 안건은 재적 중앙위원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며 최종 통과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당원 참여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개혁 시도는 좌초됐으며, 이를 계기로 당내 친명계와 친청계 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해당 개정안은 당원 주권을 강화하고 대의원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논의 초기부터 내부 반발이 이어졌고, 지도부는 영남 등 취약 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하는 수정안을 마련하며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설득 작업을 이어왔다. 중앙위원 간담회 개최와 비공개 의견 수렴도 병행했지만, 최종 표결에서 과반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부결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설득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의 의견이 중앙위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직접 당원 간담회까지 주도한 조승래 사무총장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설득 부족이 원인으로 언급되지만, 당 안팎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질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1인1표제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공개 반대가 거의 없었음에도 공천 룰까지 포함한 개정안이 모두 부결된 점은 내부 권력 구조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당은 주류인 친명계가 있는 가운데 비주류가 당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결과를 주류의 ‘옐로카드’로 해석했다. 그는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이 당원 사이에 있었고, 중앙위원들도 이를 의식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대표 경선 이후 당원이 양분된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경선 이후 분열 양상이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며 “당원들 사이에 갈등 기류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부결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결과가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비토 여론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고, 일각에서는 정 대표를 향한 정치적 책임론도 제기됐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번 부결을 사실상의 ‘불신임’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예정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 간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한 가운데 양측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후보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대표는 부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1인1표제가 “당원 주권 정당의 꿈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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