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 초 단행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해제가 불과 한 달여 만에 번복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해제 직후 잠잠하던 집값은 빠르게 급등했고, 정부는 서둘러 토허구역을 확대 재지정했지만, 이미 과열된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일대(일명 잠·삼·대·청)의 아파트 291곳을 토허구역에서 해제했다. 다만 재건축 단지 14곳은 제외됐다. 당시 서울시는 집값 보합세, 재산권 침해 논란, 풍선효과 등을 고려한 '핀셋 해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끌어들였고, 강남권 집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해제 직후인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3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24억5,139만 원으로, 해제 이전(2월 1\~11일)의 22억6,969만 원에 비해 약 8% 상승했다. 갭투자 비율은 1월 35.2%에서 2월 43.6%로 급증했고, 비거주자의 강남3구 매입 비중도 60%를 넘어서며 투자세 유입이 뚜렷했다.
결국 서울시는 3월 19일, 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이번에는 동 단위를 넘어 구 전체를 포함한 전례 없는 결정이었다. 일시적으로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곧 다시 반등했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4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약 47% 감소했지만, 강남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전체의 59.0%를 차지했다. 이어 용산구(46.2%), 서초구(33.3%), 송파구(27.9%)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동시에 규제에서 제외된 마포, 성동, 강동구 및 경기 과천, 분당 등지로 수요가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확산됐다.
과천은 4월 전체 거래 중 62.5%가 신고가로 나타나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마포(26.0%), 강동(22.8%), 성동(22.2%)도 높은 수준의 신고가 비율을 보였다. 집값 상승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자, 이재명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수요 억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상승세에 진입한 뒤였고, 일각에서는 실수요자의 구매력까지 옥죄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시와 국토부가 충분한 시장 분석 없이 정책을 추진했다고 지적한다. 해제와 재지정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반복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스스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웠다.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상승 신호로 해석됐다"고 밝혔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