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재판위원회(총재위)가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해 각 연회에서 출교 처분을 받은 3명의 목회자에 대해 징계를 감경하거나 원심을 파기해 연회로 돌려보내는 판결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의 입장과 대치되는 판결이고 이전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때와도 다르지 않냐는 게 논란의 근거다.
문제가 된 윤여군 목사와 차흥도·김형국 목사 등 3인의 목회자는 지난해 6월 1일 서울 퀴어축제에 참가해 성 소수자에게 축복식을 진행한 혐의로 소속 연회인 중부연회와 충북연회로부터 각각 출교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총회 재판부가 지난 2일 윤여군 목사는 정직 10개월로 감경하고, 차흥도·김형국 목사는 파기 환송해 논란을 키웠다.
총재위가 연회에서 출교 처분을 받은 윤 목사를 정직 10개월로 감경한 결정적인 사유는 그가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 것과 이전에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연회 출교 판결 이후 사회 재판으로 끌고 가지 않은 것도 정상 참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가 퀴어문화축제에서의 동성애자 축복기도를 한 것을 ‘동성애 옹호 행위’라고 단정하고도 피고인의 태도 변화와 전력을 근거로 징계를 대폭 감경한 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문병하 총재위 위원장도 “(이들이) 이동환 목사가 축복식을 집전한 행위가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성경에 동성애가 죄라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동성애를 옹호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여타 사유를 들어 연회 재판부의 징계를 감경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총재위 판단의 핵심은 죄가 있지만 반성하고 있고 또 과거 전력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법을 어긴 목사에 대한 징계를 온전히 법의 기준이 아닌 자의적인 해석을 개입시켜 판단한 건 문제가 가볍지 않다. 결과적으로 법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윤 목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 앞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축복기도가 죄가 된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은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또 “지금 교회는 2000년 전 예수님이 갔던 길이 아니라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가 재판 직후 공개적으로 한 발언 어디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해 축복기도를 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찾기 어렵다. 총재위가 무슨 근거로 그거 반성하고 있다고 판단 한 것인지 쉬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총재위가 소속 연회에서 출교 조치를 한 차흥도·김형국 목사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연회로 돌려보낸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다. 간단히 말해 두 사람의 연회 재판에 재판위원 제척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다.
충북연회에 두 사람을 고소한 목사와 재판위원이 같은 지방회 소속이었다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그럼에도 연회 재판위가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재판을 강행한 뒤 문서로 출교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총재위는 제척 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해 다시 재판하라고 연회로 돌려보낸 것이다.
소속 목회자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연회가 일부 규정을 어겼다면 이를 총재위가 바로 잡을 권한이 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니 선고의 위법성을 따질 것 없이 규정대로 다시 재판하라는 게 상급심의 판단인 셈이다.
다만 소속 연회가 절차대로 재판을 다시 한다고 그 결과가 뒤바뀔 것 같지는 않다. 충북연회 재판위가 이들을 출교 처분한 근거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한 때’를 범과로 규정하고 있는 ‘교리와 장성’ 제3조(범과의 종류) 제8항에 대해 이들이 종국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데 있다. 이 점에 있어 동성애를 엄격히 금한 교단의 법을 무시하고 교단을 상대로 싸우는 이들을 교단이 정상 참작할 사정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목사는 교단이 이동환 목사를 출교 처분한 것을 감리교회의 영적 정체성과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임을 스스로 부정한 현대판 ‘마녀사냥’ 재판이라며, 교단 교리와 장정이 규정한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운동을 벌이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이동환 목사와 같은 길을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변호인도 사회법 제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이상 연회나 교단 재판부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동성애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거행한 목사들에 대한 기감 총대위의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판결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몇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먼저 총재위가 동성애를 찬동하는 동성애 축복식을 진행한 목사들에 대해 성경과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의해 엄격히 내린 결론이라기보다 피고인의 태도 등을 고려한 판결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기감 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가 이동환 목사의 판례와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입장과도 대치된다며 반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둘째는 동성애를 옹호 목사에 대한 교단의 ‘솜방망이’ 대처가 가져올 한국교회의 위험한 미래다. 동성애의 쓰나미가 한국교회 전체에 커다란 위기로 닥친 현실은 비단 감리교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히 기감은 이미 미국연합감리교회가 동성애의 문제로 극심한 분열 상황을 맞고 있는 현실을 보다 무겁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와 함께 앞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조기 대선에서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에 엄청난 위기를 몰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교단마다 가볍게 여겨 방치했다가는 머지않아 메가톤급 후폭풍이 닥칠 때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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