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증언에서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밤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작성했다고 했으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그 시각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보좌관에게 메모 정서를 맡겼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보좌관을 직접 확인한 결과, 메모는 총 4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12월 3일 밤, 사각 포스트잇에 메모를 쓴 뒤 보좌관에게 정서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다음 날 오후 같은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다시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좌관은 기존 메모를 갖고 있지 않았기에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작성했고, 이로 인해 세 번째 메모가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어 조 원장은 "보좌관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은 파란 펜으로 사람 이름만 적었으며, 동그라미를 치거나 '방첩사' 등의 내용은 추가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12월 4일 늦은 오후에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새로 작성한 메모에 추가적인 수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의 증언이 탄핵소추안 가결에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허위 메모와 증언이 명단을 '체포 명단'으로 변질시켰으며, 결국 탄핵소추안의 주요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앞서 4일 헌재 공개 변론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고, 당시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이를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좌관에게 정서를 요청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원장은 이를 전면 반박하며 메모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했다.
한편,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과거 야당 의원에게 일곱 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 여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과거 국정원 근무 당시 유력한 인사를 통해 일곱 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며 "이를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지난 정부 국정원 출신 야당 의원은 박선원, 박지원 정도인데 맞느냐"고 묻자, 조 원장은 "맞다"고 답했다.
또한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4일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 한 통 하시죠"라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국정원장이 야당 대표와 연락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특히 계엄 다음 날 같은 민감한 시점에서 그런 연락을 한다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