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내년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2026년은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 실현 의지를 드러냈다.
위 실장은 대화 재개의 관건으로 북한의 호응 여부를 언급하면서도, “주변국과의 외교 협력 채널이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언제 재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사실 어렵고, 남북보다 북미 간의 타이밍이 앞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쪽이든 먼저 이뤄지는 것이 있으면 선순환적인 분위기를 갖고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대통령 안보실장의 발언은 지난 윤석열 정부 이후 꽉 막힌 남북 간의 불통의 벽을 허물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장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이란 확신이나 물밑 접촉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 마련됐다 라기 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화를 타진하겠다는 뜻일 거다.
그런 뉘앙스는 한미 간에 의견 조율이 끝났다는 걸 암시하는 듯하다. 즉 한미 사이에 북한·북핵 문제 입장 차이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의미다. 위 실장이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거론한 것도 미북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과 한일 공조, 중국과도 한반도 관련 대화 복원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이런 모든 구상을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안에 묶어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란 남북이 적대·대립을 공존·공영의 관계로 바꾸는 화해·협력 단계로, 평화체제 구축과 제도화를 통해 공존을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UN총회 기조연설 "한반도의 평화 공존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직접 밝혔다. 대한민국의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그 첫걸음이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단계적 비핵화’ 구상도 제시했다.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단계적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이전 보수 정부에서 요구했던 ‘선(先) 비핵화 원칙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으로 북한에게 당장 핵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응할지 현재로선 매우 비관적이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의 미·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들고 나오자 절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거라면서, 제재나 힘의 시위로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까지 했다. 비핵화의 철벽을 친 셈이다.
핵을 고집하는 북한의 태도를 대통령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관건으로 북한의 호응 여부를 언급한 위 실장의 말에 답이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건 대화 재개 성사 보다는 의사 타진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자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남북 간 대화는 우리 정부가 아무리 의지를 불태워도 북이 호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성사가 된들 지난 문 정부 때처럼 ‘평화’ 만을 부르짖으며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다 끝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전에나 쓸 수 있는 카드라고 지적한다. 평화적 환경을 조성해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건데, 핵이 완성되면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쓸데없는 구호에 매달려 핵무장의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지금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이 통치하던 북한이 아니다. 김정은은 지난 2023년 12월 말 당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남의 나라이자 적국으로 규정했다. 그들이 보유한 핵은 적국과의 전쟁에서 싸워 승리하기 위한 최고, 최후의 무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반도 평화 공존 개념으로 이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여당에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진보진영은 ‘평화는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지켜진다’ 말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은 지난 문 정부 때 고도화되면서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거창한 구호에 집착하다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평화가 힘으로 지켜진다는 걸 외면한 대가가 북한의 핵무장이란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핵 폐기는 이제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적 목표가 되고 말았다. 선 비핵화든 단계적 비핵화든 핵을 가진 북한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목표를 포기하면 이 시점에서 대화든 화해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대화 재개에 앞서 우리의 선택지가 분명하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핵 동맹으로까지 진전시켜야 하며, 나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을 보다 튼튼히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공존은 자유민주주의 틀 안에서 우리 국민의 안위 뿐 아니라 자유를 속박당한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완성된다. 헌법이 정한 우리의 기본 목표를 포기하서까지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면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김정은 체제만 견고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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