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을 든 일곱 천사의 출현, 우엘가스묵시록(Appearance Of The Seven Angels With Trumpets, Las Huelgas Apocalypse)ㅣ베아투스 리에바나(Beatus of Liebana)ㅣ스페인ㅣ1220년 ©모건도서관(Pierpont Morgan Library), 뉴욕

◆침묵의 반시간, 폭풍 전야의 고요함 = 사도 요한이 파트모스 섬에서 숨을 죽이며 세상 마지막 날의 여섯 가지 징조들을 보다가 너무 무서웠는데 이내 평화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었다. 144,000명이 이마에 도장을 받고 더 이상의 대환난을 면하겠다는 어린 양의 약속을 듣고 요한은 침을 꼴깍 삼키며 '아! 다행이다.' 하며 그들이 부르는 감사의 합창을 따라 하고 있었다.

이러한 행복한 순간에 잠겨있던 요한은 하늘이 얼마동안 정적에 싸여 너무 조용하므로 불안하였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 그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하늘 보좌를 보았더니 나팔을 든 일곱 천사에 둘러싸인 하느님이 일곱째 봉인을 떼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가슴을 조이며 바라보면서 그 장면을 기록하였다.

"어린 양이 일곱째 봉인을 떼셨을 때에 약 반 시간 동안 하늘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일곱 천사를 보았는데 그들은 나팔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천사 하나가 금향로를 들고 제단 앞에 와 섰습니다.,,그 뒤에 그 천사는 향로를 가져다가 거기에 제단 불을 가득히 담아서 땅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천둥과 요란한 소리와 번개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계8:1-5)

12세기 스페인에서 제작된 우엘가스 묵시록의 이 전면도판 삽화는 파란 후광 가운데 옥좌에 앉은 하느님이 일곱 나팔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일곱 번 째 봉인을 떼는 장면이다. 일곱 천사가 나팔을 들고 하느님 앞에 줄을 서 있다. 그리고 황금 제단 위에 서있는 천사는 금향로에 성도의 기도를 채우고 단 위의 불을 담아다가 땅위에 막 쏟고 있다. 이 순간 번개와 우뢰소리가 요란한 속에 온 땅에 큰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불과 피가 섞인 비, 성 세베르 베아투스(The rain of fire and blood, the Apocalypse of St. Sever, St. Sever Beatus)ㅣ생 세베르사원(the Abbey of Saint-Sever)ㅣ프랑스ㅣ 11세기ㅣpublic domain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파리

◆땅과 바다의 피조물 삼분의 일이 죽다 = 천사가 금향로를 땅위에 쏟아 부으니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분다. 드디어 2단계 재앙이 시작된다.

위의 삽화는 11세기 프랑스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채색 삽화로 유명한 생 세베르 베아투스의 첫째 나팔이 불 때의 <불과 피가 섞인 비>이다.
그림에서 보면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우박과 불덩어리가 피범벅이 되어서 땅에 떨어져 땅과 나무의 삼분의 일이 탔으며 푸른 풀이 모두 다 타버리는 재앙이 발생하였다.

다음은 바다 차례였다.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불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져서 바닷물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속에 사는 피조물의 삼분의 일이 죽고 모든 선박의 삼분의 일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계7;8-9)

이 재앙은 모세의 출애굽기의 열 재앙 중 나일강이 피가 된 재앙과 흡사하며, AD 79년 나폴리만 부근에 있는 베스비우스화산이 대 분화를 일으켜 그 기슭에 있던 폼페이 등 도시들을 삼켜버린 재앙을 연상케 한다.

▲해와 달과 별을 어둡게 하는 넷째 나팔, 파쿤도 베아투스(The Fourth Trumpet obscuring the Sun, the Moon, the Stars. Facundus Beatus)ㅣ1047년ㅣ양피지에 채색(Illuminationon parchment)ㅣ195x180mm ©마드리드 국립도서관(Biblioteca Nacional, Madrid)

◆오염된 강과 빛을 잃은 하늘 =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큰 별 하나가 횃불처럼 타면서 떨어져 모든 강의 삼분의 일과 샘물들을 덮쳤습니다...그 때문에 물이 삼분의 일이 쑥이 되고 많은 사람이 그 쓴 물을 마시고 죽었습니다."(계"8;10)

횃불처럼 타면서 떨어진 별은 독을 품은 별로서 지금도 오염된 물을 먹고 죽는 사람이 많은데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나팔은 하늘의 파멸적 재앙을 가져 온다. 위의 그림은 11세기 스페인의 파쿤도 베아투스의 삽화이다.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나팔 끝 쪽 하늘의 둥근 태양과 달이 이지러져 낮과 밤의 삼분의 일이 어두컴컴하고, 별들의 삼분의 일이 타격을 받아 빛을 잃게 되는 것을 보여 준다. 이 넷째 재앙은 지구과학자들이 걱정하는 행성충돌과 스모그로 캄캄해진 도시를 연상케 된다.

◆독수리의 경고(짧은 막간 환상) = 위의 그림 중 넷째 천사 앞의 독수리는 무대 막 앞에서 촌극을 하는 것과 같이 관객에게 <독수리의 경고>를 들려준다.

"나는 또 독수리 한 마리가 하늘 한가운데서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큰 소리로 '화를 입으리라. 화를 입으리라. 땅 위에 사는 자들은 화를 입으리라. 아직도 천사들의 불 나팔 소리가 셋이나 남아있다.'하고 외치는 것을 들었습니다."(계8:13)

독수리의 경고는 앞으로 남은 세 차례의 나팔은 이전의 네 차례의 나팔과는 달리 인간으로 하여금 직접 지옥의 고통을 경험하게 하는 큰 화를 당하는 악마적인 재앙이란 것이다.

이와 같이 일곱 나팔은 택함을 받지 못한 불신자에 대한 재앙으로서 자연계와 피조물을 상대로 악한 세상을 심판함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하느님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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