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잠 1:7, 전 12:12-13)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세상의 모든 지혜와 지식에 통달했던 솔로몬왕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고 단언한다(잠 1:7). 말년에 인생의 허무함을 깊이 탄식하며 기록한 전도서도 “많은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키라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전 12:12-13).

참된 학문은 하나님 경외하는 믿음 위에 세워질 때만 온전할 수 있다. 이 신념 위에 기독교 대학들이 세워졌고, 그래서 모든 학생에게 채플 참여를 요구한다. 채플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너머, 인간 존재의 근본 목적인 하나님 경외를 이루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채플(chapel)은 전통적 교회 예배와 다르게, 대학 강의나 강연형식으로 진행된다. 기독교 대학들은 채플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pass or fail’ 방식으로 출석만 평가한다. 오늘날은 성직자들이나 교목에 의한 설교보다는 외부인사 특강이나 공연, 영상 등을 활용하여 비기독교 학생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채플 이수 의무가 비기독교 학생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사례가 숭실대학교의 학위수여 거부 사건이다. 6학기 채플 이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한 학생이 대학을 상대로 학위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998년 대법원은 단호히 기각했다.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의 자유의 내용으로서 종교교육 내지는 종교선전을 할 수 있고, 특히 대학은 헌법상 자치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사립대학은 학사관리, 입학 및 졸업에 관한 사항 등을 학칙으로 제정할 수 있다. 이 대학교의 학칙이 요구하는 예배는 복음전도나 종교인 양성에 직접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므로,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무효의 학칙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7년 같은 취지로 동일한 내용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 판결에 불복한 안티기독교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끊임없이 압박했다. 결국 인권위는 “채플수업 내용을 보면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특정 기독교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어,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대학이 채플을 필수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그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면서도, 학생들의 동의권(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어떠한 대체과목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및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학생 개인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와는 정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기독교 대학들에게 시정을 압박하는 권고를 남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모두 대학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한다. 대학이 건학이념에 따라 교양필수 과목을 자유롭게 정하는 것은 기본권이다. 예컨대 중앙대학교는 기업가 정신을 반영하여 ‘앙트레프레너십 시대의 회계’를 교양필수로 지정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대학이 하나님 경외를 강조하는 커리큘럼을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학을 선택한다. 어떤 대학도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교양필수과목을 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고교평준화로 학생들에게 학교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광고 사건에서 내린 대법원판결을 끌어다가 기독교 대학에도 채플 수강을 학생 동의에 맡기고, 대체과목을 마련하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헌법기관도 아닌 인권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위에 군림하려는 초헌법적 월권이다. 그 이면에는 기독교 교육의 뿌리를 끊으려는 조직적 안티기독교 세력이 도사리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지워버릴 수 없다.

기독교 대학은 일반 대학과 다르다. 단순한 세상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진리 위에 세워진 신앙 공동체다. 채플을 포기하는 순간, 기독교 대학은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 채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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