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사탄과 그 일꾼”(고후 11:13-15)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1장에서, 자칭 사도라 하며 그리스도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거짓 교사들을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사탄의 일꾼”으로 단정하였다(고후11:13-15). 바울은 이들이 외형상 ‘의의 일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경을 왜곡하고 사람들을 속이는 자들이라 경고하였다. 오늘날의 이단과 사이비 역시 겉으로는 경건해 보이고, 헌신적이며 심지어 ‘봉사 단체’처럼 포장되기도 하지만, 그 실체는 교리 왜곡, 정신적 지배(가스라이팅), 그리고 사회적 해악이라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현대의 광명의 천사들이다.
이단·사이비 종교의 범죄와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신도들에게 그릇된 종교적 신념을 주입하여 심리적·정신적 지배력을 확보한 뒤 헌금 강요, 성범죄, 폭력과 인권 유린,탈세 및 자금세탁,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범죄나 비위에 대해서 관련자들, 특히 종교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교주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것도 방법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단·사이비 단체를 해체하여 악의 뿌리를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일이 만만하지 않다.
대표적인 이단인 신천지는2020년 코로나19확산의 주된 통로이었고,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를 거부하고 부정확한 허위정보 제공으로 감염병의 초기 진화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은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으로 안다”라는 망언을 함으로써 안 그래도 분노한 국민을 경악하게 하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서울시는2020년4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사이비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위장단체인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약칭HWPL)의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했다. HWPL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하였으나 제2심인 서울고법 행정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서울시가 상고를 포기하여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어 석연치 않은 뒤끝을 남기고 있다. 판결이 뒤집힌 사유는 다음과 같다.
제1심법원은 “민법과 정관에서 규정한 사원(회원)의 자격 취득에 관한 규정, 총회의 권한 및 이를 뒷받침하는 사원총회에 관한 규정은 모두 사단법인 존립의 근거가 되는 본질적인 규정들이라 할 것이고, 단순히 사단법인 내부의 운영 방법 내지 절차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하는 법인설립허가 취소는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제2심 법원은 “민법 조항들이나 정관 규정들을 위반하여 대표자 이만희의 개인 의사에 따라 운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당해 법인의 소멸을 명하는 것이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특히 신천지의 반사회단체성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모략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전도대상자의 종교 선택에 관한 자유를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202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처럼 이단사이비들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라는 장막 뒤에 숨어서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으며 정치권은 표와 재력을 가진 이들에게 유난히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확산의 주범으로 전 국민에게 큰 사회적 해악을 끼친 신천지 계열의 HWPL의 설립취소에 제동을 건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의 판결에는 수긍할 수 없다. 이러한 판결은 사회적 공분을 샀고, 신천지의 반사회적 성격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여전히 불충분함을 드러냈다. 이는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사이비 종교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에 지극히 우려스럽다.
종교의 자유는 참된 신앙을 위한 방패이지, 거짓 종교가 자신들의 불의함을 숨기기 위한 갑옷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탄이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듯, 사이비는 경건을 가장한다. 분별없는 관용은 결국 진리를 훼손하고, 사회를 해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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