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마 28:19, 막 16:15, 행 1:8)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마태복음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마가복음은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으로 끝을 맺는다. 사도행전은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여 복음이 사도들에 의해 어떻게 더 넓은 세상으로 전파되어 갔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러나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주님의 말씀처럼 선교의 나무는 순교자의 피롤 먹고 자란다. 복음 전파자들의 숱한 고난과 희생을 통해 말씀의 씨앗은 유대에서 로마제국으로, 서유럽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마침내 140년 전 멀고 먼 은둔의 나라 조선 땅에 뿌려져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이처럼 한국교회에서 선교는 그 태생적 동기인 동시에 교회성장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1980년대 해외선교가 본격화 된지 불과 40년 만에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대상국도 기독교에 호의적인 국가는 물론이고 적대적인 무슬림국가까지 다양하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선교 봉사를 갔던 분당샘물교회 신도들이 탈레반에 납치되어 2명이 살해되고 나머지 인질 석방 대가로 국가가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한 사건은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에 큰 전기가 되었다. 사건이 터지자 기독교의 무분별한 해외선교에 국민적 비난이 집중되었고 교계에서도 선교의 현실과 문제점에 관해 자성하는 움직임이 커졌다. 사건 직후 외교통상부는 교민철수령을 내리고 ‘여권의 사용제한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등 3개 지역에 취재나 긴요한 기업활동을 제외하고는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였다.

당시 이 사건과 관계없이 수년전부터 아프칸에서 의료활동 겸 선교를 하던 한국인 의사 2명은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외교부에 아프간 입국을 신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이들은 정부의 아프칸 입국금지조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선교활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하면서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종교전파의 자유(선교의 자유)는 국민에게 그가 선택한 임의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한다고 할 수 없으며, 그 임의의 장소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지역 나아가 국가에 의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강력히 요구되는 해외 위난지역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하여 외교부의 조치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종교의 자유, 선교의 자유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국가안보나 기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결정에 수긍이 간다.

이 사례는 기독교에 적대적인 국가에 대해서 계속 선교를 해야 하는가, 만일 선교를 하다가 테러를 당하면 누구 책임인가라는 곤혹스러운 질문을 교회에 던진다. 기독교인들도 국민인 이상 정부의 교민 보호조치와 지시에 가급적 순응해야 한다(롬 13:1).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앙양심상 국가법의 범위 내에서는 선교의 사명을 다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양심의 명령에 따라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을 위시한 모든 믿음의 선조들은 “너희는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가이사의 법 테두리를 뛰어넘은 주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선교지에서 순교함으로써, 기독교가 오늘과 같이 널리 세상에 전파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 특히 위험지역에서의 해외선교는 순교의 각오 없이는 섣불리 나서지 말아야 하며 만일의 경우 위험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를 책임지고 국가나 비기독교인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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