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신명기 6:6-7, 잠언 22:6)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모세는 신명기에서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강론하라”고 유언처럼 당부했다. 지혜의 왕 솔로몬 역시 잠언에서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고 권면한다. 이처럼 성경은 신앙교육이 교회의 교리와 믿음을 지키고 다음 세대로 전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교육 자체가 가장 강력한 선교 수단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신앙적 통찰은 우리나라 기독교 교육의 역사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구한말 선교사들은 연희, 이화, 배재, 숭실, 중앙 학당 등을 세워 무너진 조선의 교육을 바로 세웠고,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참교육을 통해 절망에 빠졌던 민족에게 희망과 빛을 비추었다. 기독교 사학은 대한민국 근대교육의 중심축이었으며, 그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기독교 사학이 현재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는 동전의 양면으로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이율배반적이다. 이러한 양자의 긴장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종교교육이다. 즉 사립학교법은 종교계 사립학교가 자율적으로 종교교육을 운영할 수 있게 보장하지만 교육기본법 제6조는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공교육에서 특정 종교의 강요를 금지한다.

이처럼 균형을 이루어야 할 교육현장이 좌편향되면서, 사학의 자율성보다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심하게 균형추가 기울어지고 기독교 사학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기독교 사학이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교사 임용권, 등록금 책정권, 법인 운영권 등 자율적인 권한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우선, 고교 평준화 및 자사고 폐지는 학교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 기독교 사학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건학이념에 따른 종교교육과 채플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기독교 사학의 존재이유 자체가 불분명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국가교육과정의 강화는 기독교 사학으로 하여금 신앙교육에 필요한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용을 제약한다. 현재 중학교 과정에서는 신앙 관련 교과가 없고, 고등학교에서 조차도 진로 선택 과목인 ‘삶과 종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또한 종교다원주의에 기초한 교양 수준의 교육으로, 기독교 신앙교육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교양과목의 형식으로 ‘종교학’을 개설하면서도, 사실상 기독교 교육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대광고등학교 강의석 사건’에서 보듯이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기독사학의 자율성에 대한 더 큰 위협은 기독교 믿음에 근거해서 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인 교사를 임용하는 자유마저 사실상 박탈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8월 일부 사학 비리를 빌미로 한국교회가 반대하는 가운데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고 개방 이사를 확충하는 사학법개정을 야밤에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교원을 신규채용함에 있어서 공개전형을 실시할 때에는 필기시험을 포함해야 하고, 필기시험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여 실시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기독교 사학이 자신의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사를 자신의 기준과 절차로 임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서울, 인천 등 6개 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믿지 않을 자유’를 강조하며 학교 내 선교활동을 사실상 금지한다. 또한 특정 종교나 신념에 대한 비판조차 차별로 간주하는 포괄적차별금지법안, 기독교 신앙과 상충되는 이념을 인권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하는 인권정책기본법안 등이 추진되면서 더욱 기독교 사학의 손발이 묶일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는 말씀에 따라 설립된 기독교사학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국교회와 기독 학부모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소중한 믿음의 유산인 기독교 사학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법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어둠의 영이 주도하는 가이사의 법에 대한 저항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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