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지배를 벗어나 은혜 아래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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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6장 14–15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신분과 권세를 선포한다. “죄가 너희를 주장하지 못하리니.” 이 말씀은 죄의 유혹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죄가 더 이상 믿는 자의 주인으로 군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소속과 소유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건물의 소유권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면, 이전 소유자는 더 이상 그 건물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몰려와 자신들의 것이라고 말해도 법적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참주인이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치심을 받은 사람이다. 우리의 소유권은 죄와 사망에서 하나님께로 옮겨졌다.

과거에는 죄가 우리의 생각과 욕망, 몸과 행동을 지배했다. 우리는 죄의 명령을 거절할 능력이 없었고, 죄가 이끄는 대로 살아갔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죄의 값을 치르시고 우리를 속량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의 핏값으로 사신 바 되었으며, 이제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므로 죄가 우리 안에서 활동하려 할 때 그것은 정당한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소유권을 잃은 자가 남의 자리를 불법적으로 점거하려는 것과 같다. 죄가 여전히 우리를 유혹하고 위협할 수는 있지만, 우리를 최종적으로 지배할 합법적인 권리는 없다. 우리는 이 복음의 사실을 분명히 알고 죄의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

바울은 우리가 “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에 있다”고 말한다. 법 아래 있다는 것은 율법의 요구와 정죄 아래 놓여 있다는 뜻이다. 율법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보여주지만, 죄인에게는 자신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정죄를 가져온다. 인간은 율법을 알수록 죄를 더욱 깨닫지만, 자기 힘으로 그 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우리를 율법의 정죄에서 해방하셨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행위와 공로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은혜 아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죄인을 용서하시고 자녀로 받아들이셨다는 뜻이며, 그 사랑의 통치 아래 살아간다는 뜻이다.

은혜 아래 있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있다. 이 권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권세가 아니다. 죄의 유혹을 거절하고, 과거의 정죄에서 벗어나며,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는 영적인 자유다. 우리는 더 이상 죄 앞에서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종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죄를 다스리는 하나님의 자녀다.

그러나 이 은혜는 결코 죄를 지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다. 바울은 곧바로 “은혜 아래에 있으니 죄를 지으리요”라고 묻고, “그럴 수 없느니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죄를 반복하는 명분으로 삼는 것은 은혜를 오해하고 악용하는 일이다.

은혜가 클수록 죄를 가볍게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더욱 미워해야 한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죽으셨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값을 아는 사람은 “어차피 용서받을 테니 죄를 지어도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죄에서 멀어지기를 힘쓴다.

참된 자유는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방종이 아니다. 죄에 끌려가지 않고 선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참된 자유다. 은혜는 우리를 책임 없는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하게 한다. 율법의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받은 사랑에 감사하여 기쁨으로 의의 길을 걷게 한다.

우리는 때때로 죄의 유혹이 강할 때 자신이 여전히 죄의 종이라고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실패 때문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낙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신분은 감정이나 실패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은혜 아래 있으며 죄가 우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우리는 이 말씀을 믿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죄가 여전히 자신의 주인인 것처럼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또는 은혜를 핑계 삼아 끊어야 할 죄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은혜 아래 있다는 것은 죄를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거룩한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소속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죄는 우리를 유혹할 수 있지만 주장할 수 없으며, 정죄할 수 있지만 소유할 수 없다. 율법의 정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 아래 서서, 죄의 요구를 거절하고 하나님의 자녀답게 의와 사랑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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