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러시아 내 종교 박해에 대한 인권 옹호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교회와 국가 관계를 다룬 방식을 칭찬했다.
모스크바의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의 취임 25주년을 기념해 서한을 작성하고 “러시아 역사상 완전히 새로운 시대”라고 칭했다.
‘오소독스 타임즈’(The Orthodox Times)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서한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형성된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는 러시아 역사상 전례 없는 관계”라고 밝혔다.
이어 “당신의 지원으로 육성되는 정부와 교회 간 유익한 대화는 일상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쇄신과 변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이 “국가의 사회경제적, 과학기술적 발전에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막대한 지적· 문화적 잠재력을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이를 “성스러운 러시아의 통합된 영적 공간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성전”이라고 규정했다.
키릴 총대주교가 이끄는 세계러시아인민협의회(World Russian People's Council)는 지난해 성명을 발표해 “2022년 시작된 침공은 범죄혐의를 가진 키예프 정권과 서방에 기반을 둔 사탄주의에 맞선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키릴 총대주교다 푸틴을 지지한 가운데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박해의 범위, 특히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지 않는 기독교 단체와 다른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박해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되어 왔다.
60개국 이상에서 기독교 박해를 감시하는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도어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에서 박해받는 대상에는 해당 국가의 무슬림이 다수인 지역에 사는 기독교인과 복음 전파에 참여하는 미등록 교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군사 작전’으로 인해 국가 감시가 강화되었다. 종교적 이유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비판조차도 당국에 의해 즉시 처리되고 처벌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국민은 자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종교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 정교회는 전형적인 러시아 종교로 여겨지는 반면, 로마 가톨릭교와 특히 개신교는 서구적이고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했다.
보고서는 푸틴에 비판적인 기독교인들이 반발에 직면했던 여러 사례를 조명했다.
지난 2023년 10월,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이 아닌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이 우크라이나 내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해당 교회가 급습 당한 사건이 그 예시다. 한 성직자는 공격을 받고 “경찰에게 불복종하고 러시아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2024년 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성직자는 크렘린 비판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을 계획한 혐의로 체포된 뒤 뇌졸중을 겪었다.
2024년 5월, 슬라비얀스크나쿠바니 시 정부는 크라스노다르 남부 지역의 독립 정교회 교구를 이끄는 빅토르 피보바로프 대주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이유는 그의 교회가 허가를 받지 않았고 철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8월,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종교적 소수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러시아 정부가 다양한 종교 단체를 ‘신이교 이단’(neo-pagan cults)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그중에는 개신교 생명의 말씀 교회(Protestant Word of Life Church)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2016년 극단주의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교회 밖에서의 전도를 금지한 이래로 많은 복음주의 개신교도와 무슬림이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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