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선출과 첫 연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선출됐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5월 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뽑혀, 즉위명 '레오 14세'를 택했다. 이는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된 콘클라베 둘째 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17일 만에 결정된 결과다.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이날 오후 6시 8분경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했으며, 이를 알리는 흰 연기가 시스티나 성당 지붕 위로 피어올랐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종소리와 함께 환호했고, 선임 부제 추기경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선언하며 공식 발표했다.
레오 14세는 즉시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손을 흔들며 군중에게 인사했고, 첫 연설에서 "평화"를 중심 주제로 삼았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이것은 무장을 내려놓게 하는 평화이자, 무장을 풀게 하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며, 우리도 서로를 도우며 대화와 만남을 통해 하나 되는 평화로운 백성이 되자"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교회가 "선교하고 대화하며, 열린 팔로 모두를 맞이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자선과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다.
◈교황의 생애와 사목 이력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으며, 1982년 사제로 서품됐다. 이후 1985년부터는 페루에서 20년 넘게 선교사로 활동했고, 특히 페루 북서부의 빈민가와 농촌이 혼재된 치클라요 교구에서 주교로 봉사했다.
2001년부터 12년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을 역임한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명으로 다시 페루 교구로 파견됐다. 2023년 추기경에 서임된 후에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전 세계 주교 인사를 총괄하며 교회 내 입지를 넓혀왔다.
◈교황청 내 위치와 국제적 평가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나,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을 보여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영국 BBC는 그를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로 소개하며, "단 4차례의 투표만에 선출된 점은 그의 조정 능력에 대한 추기경단의 신뢰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출은 미국 출신 인사가 교황직에 오른 최초의 사례로서 역사적 의미도 크다. AP통신은 “미국이 이미 세계적으로 막강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교황직까지 맡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CNN 역시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탓에 그간 추기경단은 미국 출신 후보 선출에 소극적이었다”며, 프레보스트가 오랜 기간 페루에서 활동한 이력이 이러한 우려를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내 가톨릭 교세와 향후 일정
한편 레오 14세 교황의 고향인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가톨릭 교세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20%가 가톨릭 신자이며, 시카고 대교구는 광역 시카고 지역 주민 3명 중 1명이 가톨릭 신자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9일 오전 11시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단과 첫 미사를 집전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이어 11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로지아에서 일요일 정오 축복을 전하고, 12일에는 바티칸 강당에서 전 세계 언론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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