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을 교회에 다니고 수없이 많은 설교를 들었는데도 삶은 왜 좀처럼 변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그 원인을 ‘의지가 약해서’ 혹은 ‘믿음이 부족해서’라며 자신을 자책하거나 타인을 정죄하곤 한다. 그러나 40여 년간 심리학과 신학의 융합을 연구해 온 한성열 교수의 진단은 완전히 다르다.
신간 『마음밭 기경자』는 그 문제의 핵심이 생명의 씨앗(말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이 뿌리내려야 할 우리 마음의 토양(마음밭)에 있음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짚어내는 기독 상담 지침서다.
‘안 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 현장에서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마주하며 내린 결론을 단호하게 전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할 수 없는 척박한 내적·정서적 조건 속에 갇혀 ‘못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학이 ‘왜 우리가 변해야 하는가’라는 생명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심리학은 ‘우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며 그 길을 가로막는 돌과 가시를 발견하게 합니다.”
복음이 생명의 씨앗이라면, 기독 상담은 그 씨앗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마음밭의 돌과 가시를 걷어내고 부드럽게 만드는 ‘기경(땅을 가는 것)’의 사역임을 이 책은 명확히 보여준다.
정죄를 넘어 회복으로 이끄는 ‘변화의 지도’
우리는 종종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에 등장하는 네 가지 마음밭(길가, 돌밭, 가시떨기, 옥토)을 성격 테스트처럼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잣대로 오용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마음이 어디서 막혀있고 어떻게 다시 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변화의 지도’로 새롭게 해석한다.
마음을 찌르는 ‘돌’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반석’으로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하며, 성장을 가로막는 ‘가시’ 역시 무조건 악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제자리를 잃어버린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저자의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큰 위로를 건넨다. 결코 처음부터 ‘옥토’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옥토는 치열하고 아픈 기경의 과정을 통과해 낸 마음이다.
가정과 교회, 세상을 향한 ‘만인기경자’의 소명
이 책이 안내하는 여정은 개인의 내면 치유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는 부모가 쏟아내는 말만 듣고 자라지 않는다. 부모가 실패를 대하는 태도, 갈등을 푸는 방식 등 부모가 어떤 ‘토양’으로 존재하는지를 보고 배운다.
나아가 저자는 종교개혁의 ‘만인제사장’ 신학이 오늘날 이웃의 밭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돌보는 ‘만인기경자’의 삶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하나님 앞에 직접 서는 성도는 곧 타인의 상처 입은 마음밭을 함부로 밟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부는 하루 만에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다. 기경은 보이지 않는 뿌리를 믿고 오늘의 수고를 계속하는 거룩하고 반복적인 노동이다. “왜 나는 변하지 않는가”라는 절망의 굴레에 빠진 그리스도인, 그리고 벼랑 끝에 선 영혼들을 돕고자 하는 목회자와 상담자들에게 『마음밭 기경자』는 굳은 마음을 옥토로 일구어낼 가장 든든하고 따스한 쟁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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