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입양 절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 나선 예비 양부모 김모씨는 둘째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자격 심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호소했다.
그는 “3월에 가정조사를 마쳤지만 적격 심의는 6월에나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입양을 기다리는 수백 명의 아동 중 내 아이가 있을 텐데, 심의가 늦어지는 사이 아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동”이라며 “심의 횟수가 부족하다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는 단순한 개인 사례를 넘어, 입양 절차 전반에 걸친 구조적 지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양 절차 개편 이후에도 이어지는 지연 문제
입양 절차는 지난해 7월 정부 관리의 공적 체계로 개편된 이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신청 방식은 기존 등기우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예비 양부모 교육 확대 등 다양한 개선책이 도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 지연 문제가 여전히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도 개편 이후에도 실제 처리 속도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은 287명이며,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인 예비 양부모는 605가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 절차가 전반적으로 정체되면서 아동과 예비 양부모 모두 장기간 대기 상태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입양 절차는 신청부터 법원 허가에 이르기까지 총 9단계로 구성된다. 신청 이후 범죄경력 조회, 기본교육, 가정환경 조사, 자격 심의, 결연 심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입양이 확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각 단계마다 대기 인원이 누적되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가정조사·심의 단계 ‘병목’ 심화
현재 입양 절차에서 가장 큰 병목 구간으로는 기본교육과 가정환경 조사 단계가 지목된다. 전체 605가정 중 약 38.2%인 231가정이 기본교육을 기다리고 있으며, 약 25.1%인 152가정은 가정환경 조사 단계에서 대기 중이다.
또한 자격 심의 단계에는 77가정, 결연 심의 단계에는 18가정이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가 후반으로 갈수록 대기 인원이 누적되며 입양 절차 지연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본교육 횟수를 기존 월 2회에서 월 4회로 확대하고, 가정환경 조사 인력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교육은 총 11시간 과정으로 회당 18가정이 참여할 수 있다.
가정환경 조사는 대한사회복지회가 담당하고 있으나 현재 조사 인력은 13명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입양정책위원회 분과위원회 역시 운영 횟수를 월 1회에서 월 2회로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처리 속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후반 심의 지연 구조… 개선 요구 확산
예비 양부모들은 교육과 조사 단계가 일부 개선되더라도, 자격 심의와 결연 심의 등 후반부 병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가정조사를 마친 이후에도 자격 심의 대기 기간이 3개월 이상 예상된다”며 “앞 단계만 속도를 높이고 후반부 병목은 그대로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입양 절차 지연으로 인해 조기애착 형성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아동이 가능한 한 빠르게 가정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의 과정의 객관성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분과위원회가 결연 탈락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체계적인 평가 기준과 전문화된 심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력 부족·관리 논란… 신뢰도 문제로 확산
입양 절차를 실무적으로 수행하는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의 인력 부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양부모 신청과 상담, 심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 전체 입양 절차 지연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는 인력 증원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재정 당국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확대 시점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과 입양기록물 관리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동 권익 최우선”… 절차 단축 추진
정부는 필수 절차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여 전체 입양 절차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민간 중심 입양 체계에서도 평균 약 551일이 소요됐던 점을 고려해, 대기 기간을 최소화하고 약 1년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은 아동권리보장원을 방문해 “개선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아동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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