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낡은 규제’를 지목하며 AI 시대에 맞는 제도 개편을 강하게 요청했다. 그는 특히 공정거래법과 금융 규제 등 산업 성장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가 2030년 이전에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 인사말에서 “30년 전 한국은 9.4% 성장했고 그중 8.8%포인트는 민간이 만들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였고, 민간 기여도는 1.5%포인트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이면 경제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하며,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하면 “투자·인재 유출 등 모든 국가 자원이 빠져나가 나라의 희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금이 한국 경제의 ‘절체절명의 5년’이라고 규정하며 “이 기간 안에 성장의 흐름을 반드시 반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 모멘텀을 되살리지 못하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과 희생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낡은 규제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산업 구조가 단순했던 과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 등 기존 규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기준이 2009년 이후 16년째 변화 없이 유지돼 현실과 괴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2개 법률을 살펴보니 중견기업이 맞닥뜨리는 규제가 9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은 343개에 달한다”며 이러한 규제 환경이 혁신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맞지 않는 금융 규제의 개선도 강조됐다. 최 회장은 “AI 경쟁은 결국 규모와 속도의 게임”이라며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금산분리 논의와 관련해서도 그는 “기업이 투자할 자금이 없어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것”이라며 “해법이 없다면 금산분리를 완화해서라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현실적인 비용을 예로 들며 금융 제도의 혁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GW)를 짓는 데 약 70조원이 든다. 10GW라면 700조원”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민간이 감당하려면 금융권과 기업이 힘을 모아 자금을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재도약 필요성도 짚었다. 최 회장은 “과거 벤처 붐을 통해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이후 성장세가 정체돼 있다”며 “AI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이 지금 한국 경제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라며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며, AI 기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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