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기업이 퇴직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운영 중인 숙련 재고용 제도가 대표 사례로 언급되면서 고령자 고용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는 정년 65세 연장을 연내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방식은 청년층 일자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며,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 시장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비중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일본이 1998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고정한 이후 이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대신 2006년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도입해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해 운영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빠른 속도로 확산해 일본 내 21인 이상 사업체의 99.9%가 이 조치를 도입했고, 그중 3분의 2 이상이 재고용 방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으며, 현대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2010년대 초반부터 퇴직자를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해 왔으며, 2021년 노사 합의를 통해 이를 ‘숙련 재고용 제도’로 명확히 규정하고 운영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재고용 기간을 기존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며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숙련 재고용 제도가 생산 현장에서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처럼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퇴직자의 기술과 현장 적응력이 큰 자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지난 11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과도한 정년 연장은 청년층 취업 기회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특정 업종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해 온 퇴직 후 재고용 모델이 오히려 지속 가능한 고령자 고용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과 재고용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법 개정을 통한 정년 상향을 주장하고, 경영계는 유연한 재고용 중심 모델을 제시하며 서로 다른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정책 이슈로 자리 잡은 가운데, 고령화 속도와 청년 고용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있는 해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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