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의 말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들린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마가 1장 3절

​나는 죽음으로
이 세상의 추악함을 증거하였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도 증거하였다
아아 두 동강 난 조국의 아픔
나의 죽음 연후에야 너희들은
놀라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저희들은 둘로 확연하게 갈라졌다
설움 짓누르며 하늘나라를 준비했고
시시덕거리며 지옥나라
아직도 나는 어느 외로운 쇠창살 감옥살이나
뙤약볕, 발바닥이 뜨거운 공사판에서
삶의 어려움을 증거하고 있으나
눈을 감은 사람들은 아직도 눈시울이 뜨겁고
눈뜬 사람들만이 죽어서
살아 있다 죽음으로 내가 증명한 것은
나의 사랑과 너희들의 불의와 거짓과
상처투성이의 삶.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 텅 빈 손으로
내가 너희들을 구하고 있음.
나는 아직도 아아 사랑은 너무 외롭구나며
거칠고 황량한 빈 들의
외치는 소리로 남아 있다

세례 요한의 무덤
세례 요한의 무덤 ©박진호 박사 제공
김정환 시인
김정환 시인

김정환(金正煥) 시인은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80년 『창작과비평』에 「마포, 강변동네에서」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김 시인은 “시를 폭포처럼 쏟아”낸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다작(多作)의 시인이다. 1982년 첫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에 이어 장시집 『황색예수전』 1·2·3과 『회복기』, 『좋은 꽃』, 『해방서시』, 『사랑노래』, 『우리, 노동자』, 그 후 『기차에 대하여』, 『사랑, 피티』 1·2·3, 『희망의 나이』, 『하나의 2인무와 세 개의 1인무』, 『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 『텅빈 극장』, 『드러남과 드러냄』 등을 간행하였다. 그 외 산문집 『발언집』, 문학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소설 『세상 속으로』 상·하, 『그후』, 『사람의 생애』, 『순금의 기억』 등과 아포리즘 『지금, 사랑에 들뜬 그대여』등을 펴냈다.

​진보적 시인으로 한때 기독교방송 음악 프로그램을 맡은 적도 있으며, 시대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결의와 열린 감성으로 우리 시대의 언어에 일대 변혁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석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신학자,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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