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물밑 조율은 이어가고 있지만, 공개 발언에서는 확연한 온도 차를 드러내며 단일화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27일 오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5 한국포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이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그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 없이도 김문수 후보는 3자 구도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신당을 향해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아닌, 시민의 요청에 따른 단일화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이재명의 독주를 막아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단일화는 정치인의 전략이 아니라 민심의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혁신당이 단일화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이나 정서에 따라 거부 의사를 밝힌다면, 그 뜻도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우리 뜻은 이미 충분히 전달했고, 개혁신당 측도 언론을 통해 일정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본다”며 “추가적인 만남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자는 기류도 감지됐다. 윤재옥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와 이 후보가 물밑에서 조율은 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단일화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대본부 차원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발언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정리됐다"고 전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긋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재원 국민의힘 대선 비서실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김 비서실장은 앞서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김문수 찍으면 김재원 대구시장 됩니다, 이게 진짜 하고 싶은 얘기일 것”이라며 강하게 꼬집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계엄 사태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도 미적거렸으며, 이준석 개인에게는 지속적인 2차 가해만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국민의힘이 진심 어린 태도로 변화하려 했다면, 여론도 달라졌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태도는 단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도 책임 회피와 구태 정치를 반복하며, ‘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는 뻔한 프레임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이를 ‘못된 꾀’라고 표현했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 개혁신당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이번 대선을 반드시 완주하고 승리로 응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단일화 조건에 대해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후보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할 예정이어서 양당 간의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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