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 이후, 약 25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경쟁 통신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이후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고객 이탈이 발생한 것은 유례없는 일로, 이번 사태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서버 해킹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2주간,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고객 수는 총 24만8069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알뜰폰 사용자들을 제외하고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 현황만을 반영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고객 수를 고려해도, 순감 가입자 수는 20만7897명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이탈자의 절반 가까운 12만4461명이 이달 1일부터 6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심 정보 유출 사태가 사회적으로 본격화되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영업이 중단된 지난 5일부터는 하루 평균 1만4000명 수준으로 이탈 규모가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떠날 고객은 이미 떠났다"는 분석과 함께, 연휴 기간 중 번호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위약금 면제’ 여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피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통신사가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대응 방향에 따라 가입자 이탈 추세는 다시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에 대해 “고객 개별 약정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전날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장기 가입자 혜택 확대 여부 등은 내부에서 여러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무엇보다도 현재로서는 고객의 불안을 조속히 해소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SK텔레콤은 위약금 규모나 약정 잔여 가입자 수 등의 세부 사항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이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질의하자, SK텔레콤은 “아직 사고 원인과 규모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위약금은 고객 개별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피해 발생 시 보상 여부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은 “불법 유심 복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피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선제적인 보상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번호이동 시 묶여있던 인터넷, 전화 등 결합상품까지 위약금을 면제할 것인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문도 아직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은 이달 중순부터 해외 로밍 고객도 가입 가능한 새로운 유심 보호 서비스를 도입하고, 물리적인 유심 교체 없이도 유심을 초기화할 수 있는 ‘유심 포맷’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고객 불안을 일부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는 위약금 면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고 대응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날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는 단순한 해명 자리를 넘어 SK텔레콤의 위기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해킹 경로와 방식, 악성코드(BDF도어) 조사 현황, 판매점 및 대리점 실태 등 현장 목소리까지 두루 다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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