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 폭탄'의 발효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이번 유예 조치에서 중국이 제외되면서 애플은 정면으로 타격을 받았고,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 등은 비교적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인도로 생산 이전 가속화 전망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트럼프 관세 조치가 각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기업들이 공급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90일 유예로 인해 일단 기본 관세율 10%만 적용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60%를 베트남에서 조달하고 있어 이번 유예 조치의 수혜를 입게 됐다.
이와 함께 삼성은 인도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이 중 한 곳은 여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는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이 26%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대안 생산지로의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 구미 공장에서 일부 물량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향후 한미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이 공장의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고율 관세가 아직 적용되지 않는 한국산 제품의 경우,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프리미엄 모델 중심의 수출량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구글·모토로라, 분산 전략으로 충격 완화
구글 역시 관세 유예의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다. 픽셀 시리즈는 과거 중국의 ODM 방식으로 생산됐지만, 최근 들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분산하면서 대응력을 키워왔다. 구글은 출하량이 적은 후발 브랜드지만, 기술 통제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생산지 이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 EMS(전자 제조 서비스) 업체와의 유연한 협업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모토로라는 브라질과 인도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특히 브라질은 이번 관세 조치에서 10%의 낮은 기본세율만 적용돼 안정적인 수출 기지로 부각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토로라는 브라질 생산 기반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애플, 중국 예외로 직격탄
반면 애플은 관세 유예에서 제외된 중국에 주로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이폰의 약 90%가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애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해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애플이 실제로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팀 쿡 애플 CEO가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지는 미지수다.
◈장기적 공급망 재편 불가피
카운터포인트는 이번 조치를 단기적인 완충기로 해석하면서도, 유예 기간 이후 고율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도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만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이어져온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이미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중국 중심의 생산 구조를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으로 분산하게 만들었다. 이번 관세 조치는 이 같은 흐름에 다시 한 번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의 타룬 파탁 이사는 "삼성은 인도에 여유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향후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다면, 프리미엄 제품의 수출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부사장은 "중국 관세가 125%까지 치솟은 현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브랜드들이 생산지를 다변화하려면 기술력, 투자 여력, 정부 정책, 그리고 대미 협상력까지 모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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