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그토록 기다렸던 봄날이 완연하다. 화사하게 피었다가 한순간 봄비에 낙화한 벚꽃은 졌지만 영산홍과 철쭉, 그리고 연초록으로 새싹들을 밀어내는 나무들에 둘러싸인 아파트 정원을 산책하며 봄날을 누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배다리 생태공원을 다녀왔다. 평소에 필자는 배다리 도서관을 이용하느라 자주 들러서 익숙하지만 가족은 모처럼 산책에 함께 나섰다. 사방이 연초록 나무로 새 옷을 갈아입고 봄비가 내린 후라서 각양 꽃들도 더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도심에 이런 공원을 가지고 있음이 시민으로선 소박한 행복이다.

공원에서 행복감을 누리는 이유는 단지 조성된 조경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유아들을 앞세우고 젊은 세대들의 가족 나들이 모습이 정겹기 때문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 뒤를 따라 걷는 할머니와 부부의 발걸음도 마냥 즐겁다. 데크와 자전거 도로로 만든 저수지 둘레길을 운동으로 한바퀴 따라 걷는 시민들도 많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오래전 호주 시드니를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건 대도시 도심에 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로열 보타닉 가든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길목에 있다. 도심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서 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받는 명소라고 한다.

이곳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이 있고, 8천여 종의 식물과 4만 5천여 식물 표본이 있다.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한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일 뿐만 아니라 문화행사로 예술 전시, 음악 공연, 야외 영화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군산에 갔을 때 도심 가운데 있는 호수 공원을 가보고 너무나 부러웠다. 원래 이 저수지는 군산 시민들의 생활용수 공급원으로 활용되다가, 도시 개발과 시민 복지 향상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공원 내에는 산책로, 자전거길, 분수, 야간 조명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물빛다리는 지역 설화를 형상화한 명소로 알려져 있다.

뉴욕의 맨해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센트럴 파크”가 있다. 이 공원이 조성된 배경에는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열악한 환경으로 변해가던 도시를 살리기 위해 공공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조성하게 되었다.

면적 3.4km², 18,000 그루의 나무, 2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생태계 공원이 되었다.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공기를 정화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등 문화적 기능으로 전시, 축제로 유명하다. 존 레넌의 평화를 기리는 “스토로 버리 필드”는 팬들의 성지가 되었다.

호주 시드니의 대공원이나 군산의 공원은 이미 형성된 자연적인 조건을 살려 공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의도적인 계획을 가지고 조성한 인위적인 공원이다. 도시인에게 얼마나 유익하고 행복한 공간인지 모른다.

도심의 대공원은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낸다. 평택은 아쉽게도 도심 가까이에 산이나 계곡, 숲이 조성되어 있거나 자연 환경이 뛰어난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대공원을 품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풍 정원도 소중하게 더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한다. 고덕에 조성된 함박산 공원도 더 많은 수목을 심고 문화적 공간으로 조성되어 나가길 소원한다. 평택을 세계 반도체 수도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 못지않게 시민이 진정으로 행복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한 걸음 나아가 도시를 품은 공원으로 태어나기를 열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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