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간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을 찍었다. 작년 12월 3일에 일어났던 계엄선포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났다. 10년 만에 또 한 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제는 법리와 국민의 여론 사이에서 장고의 고뇌 끝에 나온 헌재 재판관들의 최종 판결을 존중하고 그것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정상적인 국민의 자세라고 본다.
그동안 각자 자기주장이 옳다고 표현하는 일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부터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대한민국 최고 법정기관 결정에 승복하고 모두가 하나 되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면 정국을 맞아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숙고할 때라고 본다. 그동안 이념을 신앙화함으로서 좌우로 갈라져 행동을 해왔다면 이제라도 성숙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에 합당한 마음과 몸가짐을 취하는 기간이다. 속죄에 대한 원형은 구약에 나오는 속죄일에 담겨 있다. 속죄일을 위해 3가지의 준비가 있어야 했다. 백성과 대제사장과 제물이다. 백성들은 용서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또 대제사장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중보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제물을 필수로 꼭 준비해야 했다.
백성은 용서받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라”(레23:27,29,32)는 말씀을 실행했다. 금식하면서 철저히 한 해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백성 중에서 끊어진다고 하였다. 또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 이 법을 어긴 자는 죽임을 당한다고 엄중히 명했다. 그만큼 진심으로, 전심으로, 온 힘을 모아 회개하라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집중해서 마음을 다해 회개하라고 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국을 이렇게 진단했다. “안타깝게도 기독교인들이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사랑보다는 특정 이념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이 아니라 소음이 돼가는 현실이다.” 이런 실태를 지적하면서 파면 정국 이후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첫째, 교회는 이념 갈등의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아야 한다. 둘째, 성경이 강조하는 정의, 정직, 희생, 겸손의 가치를 실천하면서,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가난한 이웃, 개발도상국을 향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교회는 도덕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구체적인 회개라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이것이 아닌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괴롭게 하는 시간을 가질 때이다. 이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이다. 자기 욕망을 내려놓는 절제이다. 조용히 묵상하며 기다림이다. 새로운 희망의 봄날을.
파면 정국은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 분열에서 화합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나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시간이어야 한다. 오직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마음으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