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양재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한강 문학의 세계관’이라는 주제로 제114회 월례학술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2024년 10월 한국의 소설가 한강(韓江, Han Kang)이 스웨덴 한림원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며 “한강은 한국 작가 가운데 처음으로, 그것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로 수상자가 되었다. 이 점에서 그의 수상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문학의 세계는 단지 글쓰기 솜씨의 현란성을 보여주는 문장의 세계가 아니라 삶의 세계며, 우리가 사는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캐내고 그 비극의 실체를 고발하고, 절망의 늪에서 무의미로 사라지지 않고, 궁극적인 의미와 생명의 충만으로 다시 살아나는 삶과 세계의 의미 풍만성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강의 문학이 인간 삶과 세계의 비리, 불의 모순, 참혹, 불평등을 문학적으로 고발하면서도 절망과 허무의 저편에 영원한 소망과 구원, 희망과 신뢰의 세계를 추구하는 차원 높은 문학으로 비상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한강이 삶(고통, 욕망, 갈등, 부조리, 전쟁, 폭력, 참혹, 허무, 죽음)의 현상적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지니는 깊은 함축(각성, 정화, 겸허, 성숙, 화해와 사랑, 평화, 용서와 구원, 생명, 영원)의 궁극적 삶의 예술을 노래하는 문학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의
발제를 맡은 박요한 교수(前 대전신대 대학원장)는 ‘한강문학의 세계관 - 한강 문학의 비판적 성찰: 기독교 세계관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먼저, 대한민국이 두 번째로 받는 노벨상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으며, 둘째로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로 수상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고, 셋째로 K-Culture(한류문화)의 일환, 즉 K-문학의 세계화를 이룬 문학적 쾌거”라고 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국제적 성공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논의에서도 번역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핵심 요인”이라며 “그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주요 문학상(특히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과정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의 경우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강의 작품은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였기 때문에, 영어 번역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 바로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Deborah Smith)”라며 “데버러 스미스는 20대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를 영어로 번역했다. 영어판 The Vegetarian을 2015년에 출간했고, 2016년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 ‘시인 한강’과 ‘시인 다윗’의 차이
박 교수는 “‘시인 한강’과 ‘시인 다윗’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며 “돌 다섯으로 거인 골리앗을 때려 눕힌 소년 다윗은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감수성이 풍부한 감 잡은 사람,’ ‘칠감’(七感, 감격, 감동, 감복, 감사, 감읍, 감탄, 감흥)의 시인이 되었다”고 했다.
이어 “시편의 서시(1편)에는 행복한 사람(의인)과 불행한 사람(악인)이 대조되어 묘사되고 있다”며 “행복과 불행, 의인과 악인(죄인)의 대조는 ‘하나님의 말씀’ 여부에 있음을 역설한다”고 했다.
또한 “다윗의 시편(23편)은 다윗이 얼마나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인가를 잘 보여준다”며 “그래서 다윗은 숱한 고난을 경험했지만 자신의 목자가 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항상 감사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삼하 6:12-15), 전율을 동반한 축제 같은 행복한 생애를 살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을 믿지 않는 비기독교인인 작가 한강은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최고의 영광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수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어둡고 고독하고 우울하다”며 “왜 그럴까. 다윗이 간직한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즉, 길(진리)을 찾은(발견한) 자의 유레카의 감격, 또는 사망 권세 이기신 승리의 주님을 만난 부활의 감격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기독교 문화 창달 위해 K-기독교 문학자 발굴과 양성 시급”
그는 “작가 한강의 문학에는 질문만 있고 대답이 없으며, 인간의 길만 있고 하나님의 길이 없다”며 “내재는 있어도 초월이 없다. 초월이 없는 문학은 구원과 생명이 결여되고, 그래서 시간 속에서 함몰되며, 결국 허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강 작가의 문학적 한계와 인간적 불행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비기독교 작가인 한강의 K-문학을 넘어 문화의 옷을 입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K-기독교 문학자 발굴과 양성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진행된 개회예배는 곽혜원 교수(경기대 교양학부 초빙교수)가 ‘상처와 자학의 페미니즘을 넘어서: 상생과 존엄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창 1:27, 엡 5:21)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곽 교수는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상처의 서사’를 계속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의 서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문학이든, 젠더 담론이든, 사회운동이든 그 방향은 결국 인간의 존엄을 세우는 곳을 향해야 한다”며 “하나님은 남자를 통해 여자를 돕게 하셨고, 여자를 통해 남자를 돕게 하셨으며, 함께 하나님 형상을 이루도록 창조하셨다. 이에 남녀는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존재이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깊이를 함께 배워가는 동역자”라고 했다.
아울러 “이제 우리는 상처와 적대의 시대를 지나 상생과 존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오늘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르신다. ‘남성과 여성은 내가 창조한 상생과 존엄의 질서로 돌아오라!’ 우리가 이 부르심에 진실하게 응답할 때 우리 사회는 젠더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하나님 형상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영적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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