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무장한 무장세력의 모습
나이지리아에서 무장한 무장세력의 모습. 극단주의 조직 보코하람을 비롯해 이슬람국가(IS) 계열 세력과 풀라니계 무장 목동들은 기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공격의 주된 가해자로 지목돼 왔다. ©Youtube Screenshot / Boko Haram: Black Terror in Africa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날(CDI)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말 나이지리아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하면서 나이지리아 내 반기독교 폭력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본격화됐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박해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며,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 이후 나이지리아 내 폭력이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표적 공격인지, 아니면 국가 전반의 치안 실패에서 비롯된 무차별적 폭력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미국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조치를 경고한 이후에도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현지 주민들과 인권 전문가들의 증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국제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12월 16일 웨비나를 열고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이러한 주장과 반론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가명을 사용한 인권 변호사이자 베테랑 기자 자베즈 무사는 나이지리아에서 이른바 ‘기독교 박해’로 불리는 갈등의 뿌리가 1999년 북부 지역에서 샤리아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샤리아법이 국교를 금지한 나이지리아 헌법과 충돌하며, 현재 북부 12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도어는 수년간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공격 사례를 기록해 왔으며, 이러한 조사 결과가 미국 정부가 나이지리아 상황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 됐다. 특히 2009년 보코하람이라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등장 이후 폭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풀라니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 지부(ISWAP), 라카와라, 마무다 등 여러 극단주의 조직이 잇따라 등장했다.

무사 기자는 “보코하람이 샤리아와 이슬람 이데올로기를 극단적으로 확산시켰으며, 폭탄 테러와 납치, 강간, 강제 결혼, 살해 등의 잔혹한 방식으로 기독교인과 취약 계층에 불균형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설명하며 “특히 이 단체는 서구 문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교육과 기독교를 제거 대상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5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사망했고, 다수의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중부 벨트 지역 전문 매체 ‘미들벨트 타임스’ 설립자이자 네덜란드 소재 아프리카 종교자유 관측소(ORFA)의 선임 연구원인 스티븐 케파스는 “나이지리아의 폭력이 20년 넘게 국제사회에 알려져 왔으며, 최근 CPC 재지정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기독교인을 특정해 겨냥한 박해”라고 주장했다.

케파스는 중부 벨트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온 경험을 언급하며,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지역임에도 폭력의 양상을 분석해보면 기독교인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15년 이상 현장을 취재하면서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은 명백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ORFA가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케파스는 풀라니 무장세력이 국제 테러 지수에서 사라진 역설적인 상황도 지적했다. 2015년 글로벌 테러리즘 지수에서 세계 4위의 치명적인 단체로 분류됐던 풀라니 무장세력은 이후에도 더욱 치명적인 공격을 이어왔지만, 국제 테러 순위에서는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나이지리아 정부는 특정 종교가 표적이 되고 있다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알하지 모하메드 이드리스 정보·국가정체성 장관은 지난해 11월, 종교와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테러 피해가 감소했다고 주장하며, 공격에 종교적 동기를 부여하는 해석을 부인했다.

이에 케파스는 ORFA 연구를 근거로 기독교인이 통계적으로 불균형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 샤리아 지역에서도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기독교인의 피해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무작위 폭력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겨냥한 공격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픈도어가 ORFA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2024년 보고서 ‘돌아갈 길이 없다(No Road Home)’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기독교인은 무슬림보다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세 배 높았으며, 이 기간 기독교인 사망자는 1만6,769명, 무슬림 사망자는 6,235명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폭력을 기후 변화로 인한 유목민과 농민 간 토지 분쟁으로 해석하지만, 웨비나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 설명에 강하게 반대했다. 베누에주 콴데 지방정부 의장을 지냈고 연방 하원의원과 주 보안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테르와세 오르분데는 토지가 공격의 주된 이유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한밤중 주택을 습격해 노인과 어린이를 살해하는 행위가 어떻게 토지 분쟁으로 설명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오르분데는 2024년 4월 자신이 직접 총격을 당하고, 풀라니 무장세력이 아내와 보조자를 납치한 경험을 언급하며, 이 폭력이 자원 문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케파스 역시 기후 변화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2014년 이후 70개 이상의 공동체를 취재한 결과, 공격을 받은 마을의 절반 이상이 수십 년간 유목민과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고 증언했다. 일부 지역에서 농작물 피해 분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생계 갈등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패널 참석자들은 나이지리아의 CPC 재지정이 국제사회가 현지 폭력의 실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사 기자는 “미국의 개입을 환영한다며, 유럽을 포함한 다른 서방 국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나이지리아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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