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과 함께한 140년 선교 역사 돌아보다
초기 선교 정신 계승, 사회 속 교회의 공적 책임 재확인
복음으로 갈등 넘어서는 '우리의 다짐' 발표
파키스탄·미얀마·우크라이나 선교사들 헌신 조명
한국 선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연합과 화합의 새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1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한국 선교 140주년 비전 선포식: 다시 빛과 소금으로'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초기 선교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분열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재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주최 측은 "한국교회가 초창기 선교의 본질로 돌아가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보수·진보 넘어선 한국교회 연합 메시지
이날 선포식에는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한국교회의 연합 메시지를 전했다. 기념예배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개회기도로 시작됐으며, 소강석 CBS 재단이사장의 말씀,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대표총회장의 격려사,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의 축도로 이어졌다.
이영훈 목사는 개회기도에서 "한국 선교 140년 만에 한국교회는 아시아 최대 기독교 국가로 성장했지만, 그 여정을 돌아보면 물량주의와 교권주의로 분열되고 영적 생명을 상실한 부분을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국교회가 환골탈태해 국민을 섬기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대한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 쓰임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계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의 앞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길 바란다"며 "그럴 때 '다시 빛과 소금으로'라는 비전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축사를 전하며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태복음 28장 18~20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한 소강석 목사는 "오늘 우리는 과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신교주의와 구교주의, 좌우 이념 대립이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리새인과 서기관을 책망하시고, 니고데모와 아리마대 요셉에게는 진리를 향한 길을 여신 것처럼, 한국교회도 다시 생명의 '에피센터(epicenter,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선교 미래비전 선언' 공식 발표
이날 '한국 선교 미래 비전 선언'이 공식 발표됐다. 선언문은 김동기 한교총 공동회장과 박승렬 NCCK 총무가 낭독했으며, 140년 한국 선교의 역사를 되짚으며 한국교회가 민족과 사회 속에서 감당해 온 공적 역할을 재확인했다.
한국선교 미래비전 선언문에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 의료·교육·봉사와 사회선교로 이어져 온 사회적 책임의 회복, 다음 세대를 향한 선교적 전환, 그리고 세계선교와 국제사회를 향한 책임 속에서 평화와 공공성을 실천하겠다는 한국교회의 공동 의지가 담겼다.
또한 다양한 세대와 사회 구성원이 참여한 '우리의 다짐' 순서를 통해 한국교회가 말에 그치지 않고 삶과 사회 속에서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실천 의지를 천명했다. 다짐문은 천다은 경인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시작으로, 모선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김진수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총무, 김한나 세계성공회협의회(ACC) 위원 등이 차례로 낭독했다.
다짐문에는 다음 세대의 기후위기 책임 선언,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복음적 공동체, 보수와 진보·계층과 세대·남북과 성별 간 갈등을 평화의 복음으로 극복하겠다는 사회적 약속, 그리고 무너진 한국교회의 신뢰를 복음으로 회복하겠다는 자기 성찰이 담겼다.
◆'선교의 바통을 잇다': 디캠프상 시상식
2부 순서에서는 축사와 축하공연에 이어 '디캠프상'(The DeCamp Award) 시상식이 진행됐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안재웅 한국YMCA 유지재단 이사장,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전병금 한국기독교장로회 증경총회장 등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봉호 교수는 "이제 한국교회는 더 낮아지고, 더 가난해지고, 더 손해 보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특히 어려운 나라를 향한 교육 선교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캠프상은 CBS 설립자이자 선교사였던 오토 디캠프(Otto DeCamp, 1911-2001)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올해는 험지에서 오랜 기간 사명을 감당해 온 세 팀의 선교사에게 수여됐다. 수상자는 극단주의 테러 위협 속에서 파키스탄에서 35년간 사역해 온 정마태·이은숙 선교사,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섬겨온 허춘중·양정미 선교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재난 구호 활동을 이어온 이창배·이혜옥 선교사다.
정마태·이은숙 선교사(인터서브코리아 & 합신총회선교부)는 "CBS와 한국교회가 이 지극히 작은 자들을 기억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정치·교육·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축복의 빛과 소금으로 사람들을 세우는 사명을 계속 감당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춘중·양정미 선교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연이은 쿠데타로 고통받는 미얀마를 기억해 달라"며 "기도와 연대를 통해 이 땅에 회복의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역 중인 이창배·이혜옥 선교사(GMS, 광명교회)는 현지 상황으로 인해 의정부 광명교회 선교국 이인석 목사가 대리 수상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전쟁이 속히 끝나고 회복의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정훈 NCCK 회장의 폐회기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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