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소녀 애순은 해녀 어머니의 사랑으로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당차게 살아간다. 어미가 늘 들려주었던 말을 마음에 새겼다.
“너는 달리 살아라”
어망은 애순이 작은 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참지 못했다. 조기 꾸러미를 집어던지며 앙칼스럽게 애순을 차별하지 말라고 대들던 어망을 어찌 잊을까. 요망한 애순이가.
물질하는 어망을 해변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어망의 물숨과 물비 소리. 물질해서 건져 올린 전복을 구워 먹이던 어망의 손길을 애순은 기억했다. 그것이 시가 되고 어망의 희망이 되어갔다. 애순의 시를 끌어안고 눈물짓는 어머니, 애순의 어망.
개점복
허구헌 날 점복 점복
태풍 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끄르륵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안 나오나
딸내미 속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어찌 이 장면뿐이겠는가? 심금을 울리는 애순의 사연들이.
그리 힘겨운 삶이어도 무쇠 바위 관식과의 첫사랑의 힘으로 버텨 내는 애순. 그 어린 것들이 노오란 유채밭 한가운데서 첫 키스하던 장면. 거대한 여객선에서 뛰어내려 애순에게 헤엄쳐 오던 우직한 소년. 그전에 부산으로 동반 가출했다가 잡혀온 그 요망진 것들. 그전에 애순만 바라보던 관식은 시장 바닥에서 배추를 팔아주었고, 그전부터 아버지가 잡아온 물고기를 애순네에 가져다주던 무쇠 바위 사랑도 애틋했다.
어쩔 수 없어 둘을 짝지어 주었지만 시집살이 시키지 않으려고 가난한 셋방살이로 시작한 신혼, 만삭된 애순 위해 집주인 할망 하르방의 숨은 사랑의 손길도 뭉클하다.
남편 구박하는 선장 향해 돌진해오는 애순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선장을 꼬꾸러 뜨린다. 계속해 악연을 쌓아가면서도 나중에는 사돈이 되었으니. 이 또한 별미 같았다.
잊히지 않는 장면은 막내 동명이를 잃고 울부짖는 어린 부부의 절규에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금은동 고깃배를 사서 배를 띄우던 날, 동네 축제 마당에서 금명을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애순이. 덩달아 어깨춤을 추었지.
시장 바닥에서 생선 좌판을 하면서도 세 이모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그들. 나중엔 세 이모집 횟집을 차려 떼돈을 버는 장면도 통쾌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내 새끼를 절절히 사랑하는 애순 부부의 사연. 부모가 무엇이길래‥
일본 유학 가는 비행기에서 눈물 쏟는 금명이, 군대 다녀온 애인을 결국 버리고 무쇠바위 닮은 남자와 결혼하는 금명의 선택도 가슴 아리는 장면이었다. 결혼식장에서도 “니가 좋을 대로 해, 내가 여기 있어줄게‥”라던 아방의 짝사랑. 끝이 없다.
드라마가 긴 여운을 남기는 데 한몫을 한 애순의 한마디. 드라마가 마친 후에도 귓가에 들렸다.
“좋아, 나 너무 좋아”
이 드라마는 국민 드라마가 되고도 남았다. 삼대를 이어가는 어머니들을 위한 사모곡이다. 이토록 절절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 그들을 지탱하게 해준 자식들과 가족, 이웃사촌과 동네사람들. 그곳인들 잊히우랴.
드라마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폭싹 신드롬을 일으키게 한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웃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4계절로 본.
로맨스란 무엇인가?
추억이란 무엇인기?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갈수록 사라져 가는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의 힘을 모처럼 신박하게 느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