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기독교인이면 한 번쯤은 ‘sola’라는 단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sola fide’, ‘sola scriptura’와 같은 용어 속에 나오는 라틴어이다. ‘오직’(only)이라는 의미로 아는 이들이 많아서,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이란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이 ‘sola’라는 의미가 다소 오용되어 왔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sola fide’라고 하면, “‘오직 믿음만’ 중요하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왔다.

우리가 구원받음에 ‘믿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또한 ‘sola scriptura’라고 하면 ‘오직 성경에만 권위가 있고, 다른 자료들엔 권위가 전혀 없다’라는 뜻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이 말은 성경 외에 ‘고대 근동 문서’나 ‘제2성전기 문서’나 ‘그레코로만 문서’ 등은 전적으로 무시해도 좋단 의미가 아니다.

그럼 ‘sola’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유일무이’가 아니라 ‘최종적인’(final), ‘으뜸가는’(prima), ‘가장 중요한’(foremost), 그리고 ‘최고의’(supreme)라는 뜻이다. 당연히 성경은 영감 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장 큰 권위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성경을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특별 계시로 믿는다. 그렇기에 ‘sola scriptura’의 정신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따르는 이 정신은 성경을 제외한 모든 권위들을 무용지물로 여기란 의미가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권위 있는 다른 자료들을 완전히 배제한 의미가 아니란 말이다. 성경과 다른 권위 있는 자료들과 배치될 때는 당연히 성경을 우리 신앙의 ‘최종적이고’, ‘으뜸가는’, ‘가장 중요한’, ‘최고의’ 권위로 받아들여야 한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3장에서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한 것도 ‘sola agape’였지 ‘solo agape’가 아니었다.

‘sola’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면 ‘solo’란 단어와의 차이를 알면 쉽다. ‘solo’야 말로 ‘유일무이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용어의 의미를 오늘 聖 테레사(1515-1582)의 시(詩)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성 테레사는 스페인 귀족 집안의 출신이었으나, 모든 것을 버리고 ‘아빌라’라는 곳에 있는 카르멜 수도원에 들어가 많은 핍박을 당하면서도 평생을 수도원 개혁에 헌신했던 신실한 여성이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긴 전 재산은 바로 이 ‘짧은 시 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 시를 소개해 보자.

<오직 하나님만으로 충분하도다(Solo Dios Basta)>

무엇에도 흔들리지 말라(Nada te turbe)
무엇에도 놀라지 말라(Nada te espante)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Todo se pasa)
하나님은 변치 않으시는 분(Dios no se muda)
인내가(La paciencia)
모든 것을 얻게 하리니(Todo lo alcanza)
하나님께 붙어 있는 자(Quien a Dios tiene)
부족함이 없나니(Nada le falta)
오직 하나님만으로 충분하도다(Solo Dios Basta)

음미하면 할수록 말씀의 깊은 진미를 맛보게 하는 소중한 시다. 그녀의 시를 읽다 보니 익숙한 성경 구절이 하나 떠올랐다. 시편 23편 1절 말씀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영어로는 YLT 역본이 원문에 가장 가깝다. “Jehovah is my shepherd, I do not lack.”

‘khasel’이란 히브리어는 ‘lack’, 즉 ‘결핍'이란 뜻이다. “모자라는 것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나의 목자가 되시니, 그분 외에는 다른 필요한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이때 ‘하나님 한 분 외에는’이라고 할 때가 바로 ‘solo’라는 의미이다. “하나님 한 분만이 우리의 ‘유일무이하신’(solo) 목자가 되시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오늘따라 아빌라의 테레사가 남긴 시와 시편 23편 1절 말씀이 큰 힘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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