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사르고다 지역에서 20대 기독교 노동자가 고문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피해자 가족과 인권단체는 사건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고문에 의한 살해일 가능성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1세 기독교 농장 노동자 마르쿠스 마시(Marcus Masih)는 지난 4일 자신이 일하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고용주가 고문 끝에 그를 숨지게 한 뒤 사건을 목매 자살로 꾸미려 했다고 주장했다.
마르쿠스의 형 딜샤드 마시(Dilshad Masih)는 동생이 펀자브주 사르고다 지역 차크 36 자노비(Chak No. 36 Janoobi)에 있는 소 농장에서 약 5년 동안 일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동생의 고용주 중 한 명인 바샤라트 카랄(Basharat Kharal)이 사건 당일 오전 10시경 전화를 걸어 동생이 축사 천장에 목을 매 자살했다고 말했다.
가족 “시신에서 심한 상처 확인”…고문 의혹 제기
전화를 받은 딜샤드 마시는 친척들과 함께 즉시 농장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은 마르쿠스의 시신이 축사 천장에 매달린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장 측은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병원에서 부검 절차가 진행된 뒤 시신이 가족에게 반환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딜샤드 마시는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멍과 화상 자국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이 깊은 충격과 슬픔 속에 있던 상황에서 고용주 측과 연관된 변호사들이 빈 종이에 지문을 찍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해당 문서가 부검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시신을 확인하면서 고문 흔적을 발견하게 됐고 사건의 정황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기독교인 항의 시위…경찰 수사 착수
CDI는 사건 이후 지역 기독교인 수십 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마르쿠스의 시신을 도로에 놓고 주요 고속도로를 막으며 경찰에 형사 사건 등록을 요구했다.
이후 경찰은 사건에 대한 1차 정보 보고서(FIR)를 접수했다고 피해자 가족은 전했다. 딜샤드 마시는 경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을 체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책임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이 제대로 수사될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그는 "가족이 가난한 기독교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철저한 조사 필요”…종교 소수자 취약성 지적
사르고다 지역 인권 활동가 아셰르 아딜(Asher Adeel)은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며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신에서 확인된 상처가 심각한 고문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가해자들이 살해 후 사건을 자살로 위장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가족에게 빈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점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딜은 어떤 사람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당국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사건과 관련된 체포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파키스탄 기독교인 인권 문제…반복되는 폭력 사건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 농촌 지역에서 종교적 소수자인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취약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낮은 임금의 비공식 노동 시장에서 일하며 영향력 있는 지주 아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기독교 노동자 카시프 마시(Kashif Masih)가 도난 혐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과 고문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는 전직 경찰관을 포함한 여러 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5년 3월에는 기독교 공장 노동자 와카스 마시(Waqas Masih)가 신성모독 의혹을 제기한 동료에 의해 목이 베이는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슬람 교재를 더러운 손으로 만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2월에는 기독교 노동자 와시프 조지(Wasif George)가 나무를 훔쳤다는 의혹을 받으며 납치된 뒤 모욕적인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끌려다니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 2024년 6월에는 가톨릭 노동자 와카스 살라맛(Waqas Salamat)이 고용주에게 전기 고문을 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보고됐다.
국제 보고서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심각 국가 중 하나”
국제 감시단체들은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에게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기독교 인권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World Watch List)’에서도 파키스탄은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가운데 8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이 체계적 차별과 폭력, 강제 개종, 강제 노동, 성별 기반 폭력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범죄의 가해자들이 사회적 압력과 법 집행의 한계로 인해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피해자 가족은 현재 법적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며 사건의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지기를 촉구하고 있다. 딜샤드 마시는 "동생이 정의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족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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