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엄마들은 누구나 아기가 웃을 때 함께 웃는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워 첫걸음을 걸을 때면 더욱 활짝 웃는다. 목양문학 시인 김태규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기도>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밝아오는 네 얼굴을 보는 지금
엄마는 시름도 걱정도 털어버린다.
언제부턴가 활짝 웃음을 짓는다.
이젠 스스로 서서 걸으리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엄마 마리아는 웃음기 있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아기가 자라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을 예견하기 때문이다.

클리브 장인, 아기 보행기 속의 예수​와 성가족(부분), 카트린 클리브 성무일과서, 1440년경.  위트레흐트, 네덜란드, 모건도서관, 뉴욕 the Clèves Master, The Holy Family at Work with the baby Jesus in a walker. Book of Hours of Catherine of Clèves, c.1440.Utrecht, Netherlands, Morgan Library , New York
클리브 장인, 아기 보행기 속의 예수​와 성가족(부분), 카트린 클리브 성무일과서, 1440년경. 위트레흐트, 네덜란드, 모건도서관, 뉴욕 the Clèves Master, The Holy Family at Work with the baby Jesus in a walker. Book of Hours of Catherine of Clèves, c.1440.Utrecht, Netherlands, Morgan Library , New York

예수님도 아기 때에 요즈음 걸음마 보조기라 부르는 나무로 만든 아기 보행기 속에서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배우는 모습의 희귀한 삽화가 있다.

걸음마 보조기는 역사적으로 15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40년경 제작된 카트린 클리브 성무일과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네덜란드 화가가 삽화를 그렸다. 그 중에서<아기 보행기 속의 예수​와 성가족>은 걸음마 보조기 그림으로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가구와 연장들이 어수선하게 배치된 방에서 아기 예수가 바퀴가 달린 보행기 속에서 겨우 일어나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엄마인 성모 마리아는 실을 뽑아 실패에 감는 길쌈을 하며 아빠인 요셉은 목수로서 나무에 대패질을 하고 있다. 이 나무는 훗날 예수가 처형된 십자가의 기둥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순간 아기 예수는 리본 같은 두루마리에 “나는 당신의 위로자입니다”라고 명(銘)을 적은 깃발을 들어 어머니에게 보이며 어머니의 슬픔과 근심을 위안하고 있다. 엄마는 대견한 아기를 보며 평안한 표정이고 집안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성가족의 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클리브 장인, 아기 보행기 속의 예수​와 성가족(부분), 카트린 클리브 성무일과서, 1440년경.  위트레흐트, 네덜란드, 모건도서관, 뉴욕 the Clèves Master, The Holy Family at Work with the baby Jesus in a walker. Book of Hours of Catherine of Clèves, c.1440.Utrecht, Netherlands, Morgan Library , New York

삽화 둘레에는 당시 북유럽 정물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였지만 이 기도서의 삽화에는 원숭이, 나비, 홍합, 물고기 등 많은 동식물이 등장한다. ‘아기 보행기에 탄 예수’를 그린 이 매력적인 장면은 카트린기도서의 많은 삽화 중에서 최고의 전통미를 보여준다.

작가미상(실레시아장인), 유아 그리스도, 1480년경. 패널에 템페라와 금, 바르샤바 박물관, 폴란드 Anonymous (Silesia), Infant Christ. circa 1480. tempera and gold on panel  National Museum in Warsaw (MNW)
작가미상(실레시아장인), 유아 그리스도, 1480년경. 패널에 템페라와 금, 바르샤바 박물관, 폴란드 Anonymous (Silesia), Infant Christ. circa 1480. tempera and gold on panel National Museum in Warsaw (MNW)

아기 예수가 자라나 드디어 첫걸음을 떼는 귀한 그림이다. 마리아는 ‘신을 잉태하고 낳은 어머니’로서 황금왕관을 쓰고 있다. 세 천사가 나란히 서서 조심하며 아기를 부축하거나 보행기 끝을 잡고 있다. 보행기는 예나 지금이나 아기들에게는 미끄러지기 쉬운 보조기이다. 13세기에 성모 마리아의 지위 격상에 따라 아기예수는 두 살 때에 아기보행기에서 걸음마 하였다고 전해지지만 그림은 15세기 이후 나타난다.

[좀 더 깊이 알기]

1.성무일과서(성무일도서,the Book of Hours)는 중세 교회에서 절기별로 매일 드리는 기도서이다. 그리고 교회 절기와 성인들의 축일을 기록한 교회력과 시편과 4복음서 등 성경 발췌분이 수록되어 성직자들이 언제나 사용한다. 특히 삽화가 수록된 중세 채색필사본(medieval illuminated manuscript)으로서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책이다.

2.카트린클리브 성무일과서는 네덜란드에 있던 헬데를공국의 아놀드대공(Arnold, Duke of Guelders)이 카트린 클리브에게 결혼선물로 제작된 성무일과서이다. 1440년경 라틴어로 쓴 이 책에는 요한계시록 등 성경 이야기를 이름이 아려지지 않은 화가가 그린 금을 입힌 채색 삽화 157매가 있다. 15세기 북유럽 미술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필사본이다.

강정훈 교수
▲강정훈 교수(전 조달청장)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및 조달청장(1997~1999)으로 봉직했다.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 및 성균관대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성서화 전시화(1993), 영천 강정훈-선교사 저서 및 한국학 기증문고 특별전(숭실대, 2012)을 개최했고,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이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 후 현재도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성서화를 쉽고 폭넓게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의 신비 성서화"(바로가기) "이천년의 침묵 성서화"(바로가기)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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