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 수사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경찰개혁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치경찰의 역할 확대와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기구 신설,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이 주요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국가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경찰개혁 기구 구성에 대한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 개혁 기구에 대한 고민을 좀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당대표 직속 경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김남희 의원을 단장으로 세웠다.
경찰개혁 논의가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수사 논란과 향후 경찰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잇단 수사 논란에 경찰개혁 부상
정치권에서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수사 무마·은폐 의혹에 이어 제주에서 고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을 경찰이 허위로 종결 처리한 사실이 드러난 점 등을 경찰개혁 논의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임박하면서 경찰에 집중될 수사 권한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제주 사건과 보완수사권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 수사의 신뢰성과 권한 확대 문제가 맞물리면서 개혁 요구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경찰개혁의 범위와 방향을 두고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보경찰 개편과 자치경찰제 확대,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등이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정보경찰 개혁 없이는 한계”…자치경찰 사무 확대 거론
경찰개혁네트워크 운영위원인 이창민 변호사는 실질적인 경찰개혁을 위해서는 정보경찰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이 수집하는 정보가 정권 운영뿐 아니라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른바 ‘세평’ 자료 등으로 활용된다며 “청와대가 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 역시 정치권이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하명수사’ 가능성을 차단할 정도의 개혁 의지가 없다면 근본적인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도 인사권까지 자치경찰위원회로 넘기는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현재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사무 일부를 추가로 이관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변호사는 자치경찰 사무의 추가 이관과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 등을 살필 외부 인권통제기구 신설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국가경찰위원회 실질적 통제기구로 바꿔야”
강소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 내놓는 개혁안에 대해서는 단순한 수사 인력 보강보다 수사관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수사 논란 이후 제시된 대책이 인력 확대와 인센티브 등에 집중돼 있다며 “정작 필요한 것은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수사관들이 초임 단계부터 체계적인 수사 교육을 받기보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구조이고, 직무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다며 장기적인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국가경찰위원회의 구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별 사건의 수사에는 관여하지 않는 ‘불개입 원칙’을 병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31일 경찰수사 혁신 토론회…자체 개혁안 주목
경찰개혁 논의는 향후 국회와 경찰 내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31일에는 경찰청과 국회의원 등이 공동 주관하는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및 경찰수사 혁신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는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김영진 행정안전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과 학계·시민사회·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경찰청이 직접 주관하는 토론회인 만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과 수사 역량 강화 등 내부 개혁 방향이 구체화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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