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신고를 받고도 대상자의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구속됐다.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석방된 지 하루 만이다.
이길범 제주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 부 모(30대) 경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 22일 긴급체포된 부 경장은 24일 법원이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석방된 상태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는 취재진이 대기하던 법원 정문과 민원실 입구를 피해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를 마친 뒤에는 포승줄에 묶인 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부 경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경찰 호송차에 탑승했다.
◈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처리해 사건 종결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미란(37·여)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하고도 장씨의 생사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처리해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부 경장은 당시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접속해 장씨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표시한 뒤 관리 대상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 프로파일링시스템은 실종아동과 성인 가출인 등의 신고·발견 정보를 관리하고 수색과 수사를 지원하는 경찰 내부 정보시스템이다. 실종자의 과거 신고·발견 이력과 해제 사유, 조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장씨 가족은 지난 7월 19일께 다시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때 장기 실종 사실을 파악하고 집중 수색에 나섰지만, 최초 신고 이후 두 달여가 흐르면서 수색 골든타임을 놓쳤다.
장씨는 최초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101일 만인 지난 24일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부검서 타살 의심 정황 발견되지 않아
25일 오전 8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된 부검에서는 치아 감정 결과가 장씨와 일치한다는 법치의관의 구두 소견이 나왔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는 장씨가 외출 당시 소지했던 휴대전화 등도 함께 발견됐다. 장씨는 팔찌와 반지 등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검 결과 특이 골절 등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달 2일께 접수된 A씨(60대)의 실종신고도 당사자와 연락이 닿은 것처럼 처리해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역시 지난 22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추가로 허위 종결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두 실종사건의 처리 과정과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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