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기조는 유지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동시에 늘어나는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든다. 세 부담 상한은 150%에서 200%로 높아지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는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도 폐지될 예정이다.
비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와 양도세 양쪽에서 세제 혜택이 동시에 줄어드는 만큼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종부세 기본공제와 세 부담 상한, 장기보유특별공제, 비거주 예외 인정 범위 등을 함께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방향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현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비거주자의 세 부담이 자연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혜택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도 개편의 연쇄 작용이 전월세 시장에 부정적 파급을 미치지 않을지 세심하게 짚어봐야 한다”며 “현실의 다양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협의회를 마친 뒤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시는 분에 대한 거주 인정 확대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 당정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종부세의 경우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도록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 종부세 기본공제·세 부담 상한 조정 가능성
정부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공시가격 상승과 기본공제 축소가 맞물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3%, 서울은 18.60% 상승했다. 여기에 기본공제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고 세 부담 상한까지 150%에서 200%로 높아지면 세금 증가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정부안인 9억 원보다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거나 민주당의 요구대로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애 실거주자와 같은 기본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 방침을 유지하면서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애면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14억 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당대표 후보였던 지난 14일 비거주자의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낮추지 않고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되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만 14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200%로 높인 세 부담 상한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완 대상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합계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안은 이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꿔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하던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공제하도록 했다.
정부는 양도차익이 큰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액에도 상한을 신설할 방침이다. 2027년에는 기존처럼 한도 없이 적용하되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부터는 10억 원의 공제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열린 ‘2026년 세제개편안 정책토론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2029년부터 10억 원으로 설정된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 보유에 따른 명목가치 상승분을 조정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본래 취지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거주 주택의 혜택을 없애면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하면서 연쇄적인 주거 이동이 발생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거주 중심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개편하더라도 비거주 1주택자에게 최소 30% 정도의 보유 공제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유기간 공제를 일부 유지하거나 공제율과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완 방식과 적용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육아·가족 돌봄 등 비거주 예외 확대 전망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안에는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정부안은 취학과 직장 변경·전근, 질병·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체류, 직계존속 동거봉양 등을 비거주 예외 사유로 두고 있다.
다만 본인 소유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뒤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옮긴 경우에만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실제 주거 이동 사유가 정부안에 열거된 범위보다 다양하고, 1년 이상 사전 거주와 다른 시·군 이전 요건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육아·양육과 가족 돌봄, 장애 자녀 교육 등을 예외 사유에 추가하거나 사전 거주·지역 이전 요건과 최장 3년인 인정기간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비거주 예외 사유와 세부 적용 요건은 시행령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반면 종부세 기본공제액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체계 자체를 바꾸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의견과 전문가 의견, 당정 협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제개편안을 보완할 방침이다. 관련 세법 개정안은 오는 9월 1일 국무회의에 상정한 뒤 같은 달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단계에서 무엇을 얼마나 바꿀지는 확정된 바가 없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된 의견과 당정에서 제기된 내용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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