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문제를 이유로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과 투표권 단체,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방정부의 선거 개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선거의 공정성과 보안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서와 자료를 잇달아 공개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연방정부가 선거 관리에 더 깊이 관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선거제도가 외국 세력의 개입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당국은 외국 세력이 당시 투표 과정이나 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보수 성향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난 적이 있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 선거 관련 자료·비시민권자 투표 분석 공개
백악관과 연방기관은 전자투표·개표 시스템의 취약성과 외국의 유권자 정보 취득, 비시민권자의 유권자 명부 등록 등을 다룬 문서와 보고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자료가 미국 선거제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미 인구조사국도 2020년 대선 투표 자료 가운데 1억280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비시민권자의 투표 기록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2만4000건 이상 확인됐다는 예비 분석을 내놨다. 다만 3200만여 건은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은 자료 결합과 신원 확인 방식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선거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서류와 신분증을 요구하고, 주 정부가 유권자 명부를 연방정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처리도 추진하고 있다. 질병과 장애, 군 복무, 여행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 “비상사태로 선거 관리 권한 장악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선거 관리 권한을 곧바로 연방정부로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헌법은 선거 운영에 관한 기본 권한을 각 주와 연방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에게는 선거를 직접 관리하거나 투표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디언은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나 전시 권한을 이용해 선거 운영을 장악하거나 변경하려 한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행정부가 실제로 선거 관리에 개입할 경우 주 정부 및 시민단체와의 법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과 투표권 단체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위정보 확산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투표소 배치, 연방기관의 유권자 명부 점검 등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선거와 관련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정적인 상황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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